독자 000 님의 독후감입니다.
윌리엄 L. 랭어 엮음 "perspectives in western civilization"
우리나라에는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라는 제목으로 번역해서 출판된 책이다. 이 책은 저명한 역사학자들의 글을 시대순으로 윌리엄 랭어가 엮은 것이다.
호메로스부터 소크라테스, 알렉산드로스, 바울 등등 인물 중심으로 서양사를 깊게 파해친 책이다. 내 경험상으론 이런 책은 독후감을 쓸 때 읽을 때마다 즉시 즉시 챕터별로 적는 것이 좋다. 다 읽고 적으려면 서평이면 몰라도 독후감은 쓰기 막막해지더라.
오늘 읽은 것 중에는 다음 챕터를 골랐다. S.G.F 브랜든이 쓴 "위대한 신앙해석자 바울의 명예회복"
브랜든 씨는 비교종교학자로 맨체스터 대학 교수라고 한다. 내가 비교종교학에 문외한이지만 내 생각에 이 학문은 전혀 종교학 같지 않은 것 같다. 이 사람들 시각엔 신이 신처럼 보이지 않고 일종의 정신 현상처럼 보이는 것 같다. 또 이 사람들 중에는 종교 다원주의자도 많은데 만행을 지은 현각스님도 비교종교학을 공부해서 그렇게 되신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브랜든 씨의 글에 의하면 초기 기독교에는 그리스도에 대한 해석에 따라 두가지 복음이 존재했다고 한다.
하나는 예수님과 함께 있던 11사도의 유대 중심적인 메시아 사상이고 또 하나는 예수님이 죽은 후에 개종한 바울의 세계 구원 사상이다. 바울이 예수님의 죽음을 해석하면서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은 헬레니즘 사상의 영향을 무의식적으로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이 책에 써있다.
원래 바울의 복음은 바울이 순교한 후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해서 함락되어 예루살렘 초대교회가 붕괴됨으로 기독교의 본산이 이방으로 옮겨가서 극적으로 바울의 복음이 현재의 기독교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바울의 많은 서신이 정경으로 채택된 것이나 사도행전의 우호적인 내용을 든다. (여기서도 복잡한 정경문제가 등장한다.)
그럼 브랜든씨의 주장을 따르면 예수는 죽어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고 역사에 따라서 이 해석자냐 저 해석자냐 돌아가다 기독교가 우연히 오늘 모습이 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 생각엔 브랜든 씨는 구약을 잘 모르고 이런 글을 쓴 것 같다. 나는 구약의 아무장이나 한장을 펴고 쭉 읽어내려가면 거기서 바울의 복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브랜든 씨는 전혀 하나님을 고려하지 않고 글을 쓴 것 같다. 하나님의 주관적인 섭리, 또 계획, 다메섹 도상에서 그리스도의 현현, 또한 야고보서와 베드로 전후서에도 나타나있는 복음의 개념들도 잘못 해석한 것 같다.
모든 학문의 문제는 그것이다. 하나님은 엄연히 살아계시는데, 모두 하나님을 빼놓고 생각한다. 그럼 당연히 브랜든 씨 같은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지. 프로이트도 그렇다. 그 사람의 천재적인 재능이 정신분석학을 낳았는데, 정말 거의 완벽한 체계이다.
그렇지만 그 전제는 "하나님이 없다면..."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작 내가 쓴 "우월자 인식론 비판"같은 글 밖에 못나오는거다.
브랜든 씨 글을 탁월하다. 하나님이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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