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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의 〈조선지리소고〉와 밀턴의 ‘달란트’
김교신은 “학문과 신앙의 완전한 합금”을 강조했다. 그래야만 앞으로 닥쳐올 시련과 순교의 시대를 온전히 견뎌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사용한 어순 또한 주목할 만하다. ‘신앙과 학문’이 아니라 ‘학문과 신앙’이며, 여기에 ‘완전한 합금’이라는 표현을 더했다. 김교신이 학문을 신앙보다 앞세운 것은, 맹목적인 열광이나 감정적 도취를 경계하고 엄밀한 지성적 훈련을 신앙의 단단한 기초로 삼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의 차이를 넘어, 이성적 성찰과 학문적 엄밀성 없이는 참된 신앙인이 될 수 없다는 그의 확신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는 1935년 12월 4일 자 〈일기〉에서 함석헌의 역사 서술을 염두에 두고 “금후에는 학문과 신앙을 완전히 합금한 건실한 학자 출신의 시대로다”라고 선언했다. 추상..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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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의 신앙동지, 마사이케 진政池仁
우치무라 간조의 제자인 마사이케 진政池仁(1900~1985)은 태평양전쟁 시기 도쿄에서 여러 해 동안 존 밀턴의 《실낙원》 독서회를 이끌었는데, 독서회를 시작할 때마다 늘 다음과 같이 개회 기도를 올렸다. “일본이 하루속히 패전하고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빕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앞두고 양국에 반대 여론과 긴장이 팽배했을 때, 마사이케 진은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대구, 부산 등 남한 각지를 돌며 행한 강연에서 그는 마태복음 5장 23~24절(“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줄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라”)을 인용했다. “일본은 한국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화해하기 전에는 하나님 앞에 온전한 예배나 기도를 드릴 자격조차 없다.” 일..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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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이 정의하는 “창작”
김교신이 정의하는 “창작”은 문인의 그것과 달랐다. 그는 붓끝(筆端)으로 지어내는 허구를 창작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참된 창작이란 만물을 만드신 하나님을 본받아 인간이 생활로써 창작하는 것, 곧 창작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었다. 붓끝으로 하는 창작도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손과 발로써, 땀과 피로써 일궈내는 창조야말로 전적 창작”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소설가가 지어낸 허구보다, 거친 현실의 역경을 정직하게 돌파해 나가는 ‘삶의 역사’가 훨씬 더 숭고한 창조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사실’이 허구보다 훨씬 소중하다는 실존적 고백이었다. . 이러한 김교신의 통찰은 “참된 시를 쓰고 노래하고자 갈망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먼저 하나의 참된 시(a true poem)가 되어야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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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
《성서조선》 제138호(1940년 7월호)에 실린 김교신의 〈나라는 사람〉 전문을 본뜻과 어조를 온전히 살려 현대 평어체로 옮겼다. [현대어] 나라는 사람어느 친절한 형제가 성령의 인도를 받았다면서 나를 찾아와 들려준 직언은 이러했다.“형은 집회의 방식도 까다롭고, 개인적으로 접촉해 보아도 ‘형제여, 친구여’ 하면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며 남들이 모두 괴로워하고 안타까워합니다. 더구나 성경 말씀을 지극히 사모하여 가까이 다가가고자 애쓰던 존경할 만한 교우들까지도, 이구동성으로 그 열렬했던 마음에서 물러서며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결함을 고칠 수 있을까 하는 열망이 가슴속에서 솟구치지 않습니까? 올여름 송산학원松山學院에서 특별 집회를 연다면 그 방식을 어떻게 바꿀 생각..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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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수훈은 심리학 궁극의 지혜
"만약 세상의 모든 저명한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들이 작성한 정신건강에 관한 가장 정교한 논문과 권고들을 합쳐서 가장 축약되고 정제된 문장으로 만든다면, 그것은 산상수훈의 어설픈 모조품에 불과할 것이다. 산상수훈은 심리학의 어마어마한 연구 결과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궁극의 지혜를 이미 완벽하게 담고 있다." --J. T. 피셔(James T. Fisher)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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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존재했나?
최근 과학자들이 우주에 대하여 탐구하여 알아낸 모든 지식에도 불구하고, 불가사의(不可思議)의 심연(深淵)과 불가지(不可知)의 한계가 인간의 논리와 지혜에 대해 계속 도전하고 있다. 우주가 어느 시점에서 폭발을 하여 시작되었다는 천문학계의 통설에 대하여, 그러면 그 이전에는 무엇이 존재하였느냐는 궁극적인 질문에 현대 과학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다. -- 칼 융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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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의 소명
"내가 왜 일생을 바쳐 역사를 연구해 왔는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분명하다. 삶의 목적을 찾아낸 다른 행복한 사람들처럼, 역사가 역시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내라'(사도행전 17:27)는 신의 소명을 받았기에 역사가라는 천직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 아놀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 제10권."Why have I spent my life studying history? ... My own answer is that, like other happy people who have found their life’s purpose, a historian finds his vocation because he has been called by God to 'seek G..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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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와 종교
깊은 과학 정신의 소유자가 독자적인 종교적 감정을 동시에 갖추지 않고 있는 예는 오히려 드물 것이다. 이 감정은 자연 법칙에 대한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이라는 형태를 취한다. 이 감정이야말로 그의 생활과 연구의 지침이 된다. 이 감정이 모든 시대의 종교적 천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과 유사한 것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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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압도적인 자태를 묘사하는 밀턴의 연출 방식
[실낙원 지성사 노트] 1권 589~599행...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사탄의 압도적인 자태를 묘사하는 밀턴의 연출 방식이 자아내는 미학적 효과이다. 훗날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그의 저서 《숭고와 아름다움》(1757)에서 이 589~599행 구절을 가리켜 인간이 만든 문학사상 가장 강력한 감동을 주는 최고의 묘사라고 극찬했다.버크는 인간이 어떤 대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없을 때, 도리어 그 모호함 속에서 영혼이 뒤흔들리는 거대한 감정, 즉 ‘숭고함’을 느낀다고 보았다.버크의 안목으로 이 대목을 보면 밀턴의 천재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밀턴은 사탄의 모습을 사진 찍듯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거대한 탑, 몰락한 대천사,..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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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종속과 사상적 식민화
[실낙원 지성사 노트]밀턴은 《실낙원》 제1권 467~476행에서 시리아의 우상 ‘림몬’의 거처와 그가 유다의 아하스 왕을 타락시킨 사건을 다룬다. “한때 나병 환자를 잃었으나 대신 왕을 얻었다”라는 밀턴의 웅장하면서도 신랄한 수사는, 외형적 승리에 도취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영적·정신적 예속 상태로 떨어지는가를 해부하는 탁월한 지성사적 렌즈를 제공한다.이 단락의 핵심 지성사적 의의는 군사적·물리적 승리자가 영적·문화적으로는 패배자의 우상을 자발적으로 수입하여 숭배하는 “정복과 피정복의 아이러니”에 있다. 유다의 아하스 왕은 시리아를 정복했으나, 다메섹에 세워진 림몬 제단의 화려한 외형과 웅장한 전례(典禮)에 매료되어 예루살렘 성전의 유서 깊은 제단을 허물고 시리아식 제단으로 교체해 버렸다. 구약성서 열..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