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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 단막극―만일 교회가 신성하다면

by 안티고네 2001. 1. 25.
『성서연구』 제62호 (1956년 8월)에 실렸던 노평구 선생의 글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기독교계의 형편은 크게 다를 것이 없나 봅니다.



어느 날 우연히 목사님들의 이야기 중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 때 화제는 아마 문제의 박 장로, 나 장로 등에 대한 것인 듯 했다. 내가 그 이야기 중에 뛰어들게 되어 다음과 같은 단막극이 벌어졌다.

<목사> 결국 장로들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교회가 이렇게 약화됐어요. 우리 목사들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이 책임은 동대문 교회 ○○○목사가 져야 되는 거야.

<나> 내 생각으로는 ○○○ 등 장로들이 나와서 춤추기 좋게 오늘날 기독교를 타락시킨 책임은 전체 목사들에게 있지 않을까요? 목사들은 그들 때문에 교회가 약화되고 동요한다고 야단이지만, 도대체 당신들은 비싼 월급을 받으며 평소에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목사> 자꾸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요사이 목사라면 길가에서 놀던 애들까지 손가락질을 하게끔 되었어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 나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아이들뿐만 아니라 실로 기독교 신자나 목사라면 길가의 복덕방에서 국회에 이르기까지 모욕거리가 되고 있는 것을 당신들은 왜 모릅니까? 이 점 우리는 크게 반성해야 합니다.

<목사> 목사직을 버리고 정치판에 나간 그들이 무엇을 하건 우리와 무슨 상관입니까?

<나> 아니 그럼, 시집간 딸이 바람을 피우는데 친정 부모의 책임이 없단 말이요?

<목사> 일전에도 나는 국회 황 부의장실에 들어가서 탁자 위에 큰 가죽 성경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크게 만족했습니다.

<나> 그러나 나는 오늘날 기독교가 이렇게 세상적으로 출세한 데 타락의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선생들 신학교에서는 왜 그렇게 함 부통령을 학장으로 모셔둡니까?

<목사> 이 함경도 상놈 같으니, 버릇없는 소리 말아. 네가 무어야? 내가 지금도 우치무라(內村鑑三)의 책을 읽다가 왔지만 너처럼 교회 욕은 안하더라.

<나> 아니, 너는 6. 25 피난 바람에 서울 양반이 다 되었구나. 세리와 죄인의 복음을 너희 목사라는 것들이 양반의 종교를 만든 데 한국 기독교 타락의 제일 큰 원인이 있다. 내가 우치무라보다 욕이 더 심하다면 그것은 한국 교회가 그만큼 더럽게 썩어빠진 때문인 줄 알아라.

<목사> 아니, 이 놈. 너는 교회의 신성, 하나님의 신성을 모르느냐?

<나> 그렇다면 너희들은 왜 그렇게 신성한 하나님의 교회를 찢고 난리를 치느냐? 왜 싸움질이고, 왜 소송질이냐? 그것이 교회의 신성을 믿는 증거냐?

―이 때 악수로 막이 내리다.―

『성서연구』 제62호 (1956년 8월)






 "내가 우치무라보다 욕이 더 심하다면 그것은 한국 교회가 그만큼 더럽게 썩어빠진 때문인 줄 알아라."

 "너희들은 왜 그렇게 신성한 하나님의 교회를 찢고 난리를 치느냐? 왜 싸움질이고, 왜 소송질이냐? 그것이 교회의 신성을 믿는 증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