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일이다. 어느 지우(誌友)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제발 새로 이루어지는 가정이 강도의 소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좀 심한 말을 하여, 친구들까지 이맛살을 찌푸리는 실례를 범했다.
그러나 나로서 말하라면 결혼식장에서 행해지는 교훈, 축복, 축사, 서약, 결심 등에 비해, 실제 결혼 생활이란 대체로 거짓말 놀음으로 용두사미 격이 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여기에서 젊은 사람들이 이상을 잃고 현실주의에 떨어지고, 공(公)에서 사(私)로 퇴각하고, 물질은 물론 인생 자체가 인색하게 되고, 신앙적으로도 퇴보 또는 이를 버리는 계기가 되는 것을 본다. 도대체 첫 사람 아담과 이브의 하나님에 대한 반역 역시 그들의 결혼에서 온 것을 생각하면 실로 몸서리가 쳐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 이는 무엇 때문인가? 호사다마란 말도 있지만, 사람은 기쁨 가운데서 그것이 크면 클수록 더욱 이기적이 되는 성향이 있다. 마치 돈을 모으는 사람의 심리와도 같다. 사람이 타인의 슬픔보다도 기쁨을 함께 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데 원인이 있는 듯하다. 여기서 우리는 기쁨이란 이기적인 감정에 기울어지기 쉬운데 비해, 슬픔은 도덕적 반성, 자신의 미약함에 대한 자각, 하나님에 대한 신뢰 등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예수가 세상적인 기쁨보다도 가난과 애통과 핍박을 기뻐하라고 가르친 이유이다. 또 하나님께서는 그가 사랑하는 자들에게 친히 여러 가지 환란을 내리신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은, 기독교에는 그러면 기쁨이 없느냐 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독교에는 위대한 기쁨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기적인데 떨어지는 사람의 천박한 기쁨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로써 꿰뚫려 그의 생명에 비끄러매어진 데서 흘러나오는 기쁨으로서, 이는 어떤 환경이나 고난이라도, 아니 죽음까지도 이를 기쁨 자체로 바꿀 수 있는, 그런 기쁨인 것이다.
그리고 환경, 물질, 사람의 감정 등에서 오는 기쁨이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드는데 비해, 예수의 고난, 부활과 관계되는 이 기쁨은 고도로 윤리적인 것으로, 타인을 위해 희생과 수고를 감수하고 목숨마저도 바칠 수 있는 기쁨이다. 결국 전자는 현세 인간의 것이고, 후자는 천상(天上) 예수의 것이기 때문이다.
『성서연구』 제60호 (195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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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결혼 생활이란 대체로 거짓말 놀음으로 용두사미 격이 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여기에서 젊은 사람들이 이상을 잃고 현실주의에 떨어지고, 공(公)에서 사(私)로 퇴각하고, 물질은 물론 인생 자체가 인색하게 되고, 신앙적으로도 퇴보 또는 이를 버리는 계기가 되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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