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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 크리스마스의 재앙

by 안티고네 2000. 12. 14.

지난 26일 각 신문은 청량리 어느 감리교회에서 성탄 축하 중 2층 마루가 무너져 6미터 아래로 떨어지면서 다수의 중경상자를 냈다고 전했다.

건물도 채 완성되지 못했고, 더욱이 수용 인원을 배나 초과하여 3백 명 이상을 수용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이야말로 신자들의 무지·몰상식·무책임·허영·무질서·사랑 없음을 표시하는 것이며, 더욱이 그들이 정체 모를 크리스마스 축하니 연극이니 춤이니 하는 놀음에 정신이 빠져 있었던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것이다. 기쁘니까 춤을 추고 연극을 한다고? 그러나 신랑 신부는 결혼 날 춤추지 못하는 법이다. 엄숙하여지는 법이다. 혼례식장에서 먹고 떠드는 자는 외부인과 거지와 아이들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사건을 단순한 물리적인 건물 파괴 사고로만 볼 수가 없다. 전능한 하나님이 정말 그 교회에 임재하고 계셨던들 그런 참사가 일어날 수 없었을 것 아닌가? 이를 비과학적 신앙이라 하는가? 그렇다면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교회의 축하 연극과 춤에 아주 도취되어 오금을 못쓴 것인가? 아, 하나님을 도취시키는 위대한 한국 교회의 크리스마스 연극이여, 음악이여!

그러나 아니다. 절대 아니다.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그 교회 안에 안 계셨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연 한국 교회의 썩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하나님의, 어린 양의 분노요, 복수요, 형벌인 것이다. 오늘날 크리스마스의 타락상은 청량리 참사 정도가 아니다. 그것은 전 기독교를, 전 국가 민족을 송두리째 썩히고 망치고 있는 것이다.

아! 거룩한 그 날 밤 서울 시내 만 원짜리 댄스장이 공설·사설·임시 가설 할 것 없이 초저녁에 벌써 초만원을 이루고, 골목길에는 신사 숙녀, 청년 남녀들의‥‥‥. 아! 내 더러워서, 아니 무서워서 더 말할 수 없다.

그러면 소위 기독교인들이여, 우리는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절대 안될 말이다. 이는 우리 기독교가 수십 년 동안을, 크리스마스란 그렇게 먹고 마시고 춤추고 놀음하는 날로 가르쳐 왔기 때문인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그런 것이라면 언제까지나 교회에 가서 할 것 없이, 우리끼리 댄스장에 가서, 주점에 가서, 여관에 가서 교회 이상 더 재미있게 성대하게 하자고 하여 이 꼴이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서양 각국의 크리스마스 역시 근래 물질문명과 함께 타락한 점이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처럼 이렇게 더럽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리하여 결국 우리 기독교에 철저히 신앙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분노가 내린 것이다.

<성서연구> 제56호 (1955년 11·12월호)







소쇄원
"...그러면 소위 기독교인들이여, 우리는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절대 안될 말이다. 이는 우리 기독교가 수십 년 동안을, 크리스마스란 그렇게 먹고 마시고 춤추고 놀음하는 날로 가르쳐 왔기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