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한국 기독교의 심한 타락상의 하나는, 기도와 안수로써 병을 못 고치는 자나 고침을 받지 못하는 자는 신앙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소위 기독교 부흥사들과 안수사들이 사방에서 병자를 살상하여 매일 신문 지상에 화젯거리를 제공하고, 형사 문제를 일으키고, 모욕거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나의 태도를 분명히 하려고 한다.
나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치병은 엄밀한 의미에서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성령의 역사가 아니라고 규정한다. 현재 한국 인구의 대부분은 서양 의학보다 한방 의학으로, 그리고 한방 의학보다는 푸닥거리와 치성과 굿으로 병을 대하는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고래로 모든 저속한 민간 신앙이 이 치병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밖에 안마나 정좌(靜坐), 기합(氣合), 영매(靈媒) 등 무슨 비전적(秘傳的)인 방법에 의해 병을 고치는 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일제 시대 한국인으로서 일본인들의 천리교(天理敎)나 장생가(長生家) 같은데 입교한 것도 대체로 이런 치병 등을 목적으로 했던 것이다. 이점 모든 저속한 신흥 종교란 다 전적으로 이렇듯 치병 따위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서 박 장로파, 나 장로파 등 기독교 신흥 종파들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나는 치병을 기독교로 알고 나팔을 불며 때로는 부녀자들의 육체를 농락, 유린하는 따위의 기도사, 부흥사들을 인간 중에서 가장 저급한, 더러운 자들로 본다. 저들은 예수도 이를 행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제 예수가 나팔을 불고 직업적으로 이를 행했으며, 또 치병을 전도의 수단으로 삼았던 말인가? 그는 사특한 세대가 표적을 구한다고 탄식하며 되도록 이를 피하지 않았던가?(마태 16: 4) 그는 사탄이 요구한,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기적을 거부했다(마태 4: 5-7).
그리고 저들이 예수와 같이 신적 권능으로 정말 기적을 행하는 것이라면, 왜 저들의 기적에 어렵고 쉬움이 있으며, 또 하필 치병에만 국한된단 말인가? 저들은 문둥이도 깨끗이 하고, 죽은 자를 살리고, 5천 명을 먹여야 할 것 아닌가? 과연 저들이 행하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도대체 저들의 심지가 왜 그렇게 더러우냐? 그런 것이 하나님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실로 저들의 치병 신앙은 한국의 신앙을 비도덕적인 미신으로 타락시킬 뿐이다. 또 우리의 의학 발전에도 크게 장해가 되고 있다.
소위 기적 신앙이란 사람의 욕심에 불과한 것이다. 예수의 기적으로도 유대 민족의 불신을 돌이키지 못했으며, 그들의 메시아관을 더욱 타락시켰을 뿐이다. 진정한 기독교 신앙의 치료는 실로 인간 양심의 치유, 도덕적인 구원, 죄에서의 해방으로, 사람에게 죽어도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제공하여 기쁨으로 병고와 죽음을 이기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신앙이다. 이것이 진정한 기독교의 구원이다.
<성서연구> 제56호 (1955년 11·12월)
소쇄원
"...진정한 기독교 신앙의 치료는 실로 인간 양심의 치유, 도덕적인 구원, 죄에서의 해방으로, 사람에게 죽어도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제공하여 기쁨으로 병고와 죽음을 이기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신앙이다. 이것이 진정한 기독교의 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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