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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 독립주의

by 안티고네 2000. 9. 20.

해방 8년에 온갖 사업과 정당, 학교, 교계 각 분야에 걸쳐 침식을 잊고 동분서주했던 진실한 사람들이 근래 이구동성으로 고백하는 말은, "이 민족과 함께, 이 민족을 상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탄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큰 비애와 실망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때야말로 우리가 진정한 사업을 시작할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믿고 도리어 이를 기뻐하는 바이다. 진정한 사업이란 결코 금력이나 권력 또는 책략을 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순수한 이상과 신념과 희생, 특히 정직, 신용 등 도덕적인 힘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힘이란 하나님에게서만 무한히 올 수 있는 것으로, 결국 사업이란 깊은 의미에서 사람과 협력할 것이 아니고,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상대로 철저히 독립해서 할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있어서 소위 사업의 실패란, 하루 빨리 사람과의 손을 끊고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과 함께 우리의 참된 신앙과 상실로써 진정한 사업을 새 출발시키기 위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노예적인 기성 사업체의 좋은 자리에 눈을 팔 것 없이, 우리는 다시 대담하게 독립으로, 자유로, 위를 바라보고 최소한의 작은 시작(small beginning)으로 각자 생애의 일(life work)을 출발시킬 것이다.

해방을 맞아 모든 면에서 새 출발하는 오늘날 우리의 이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브로커 짓이나 하고 있는 소위 사업가들에게 우리의 이 소중한 현실과 생애를 맡기고 저들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선 우리에게 있어서는 영국인의 정직과 중국인의 신용 정신의 확립이 급선무이다. 이는 오로지 뜻있는 국민 개개인의 하나님 상대의 독립적인 사업 정신으로서만 가능한 것이다.

<성서연구> 제39호 (1953년 7·8월호)





밀레 <만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