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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읽기

[역사산책]밀턴과 제임스 2세의 만남

by 안티고네 2002. 7. 29.
왕정복고 직후 (1663년경) 요크 공 제임스(James, Duke of York)가 밀턴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는 1649년 사형당한 찰스 1세의 둘째 아들이자 당시 잉글랜드 국왕이던 찰스 2세의 동생으로서, 장차 제임스 2세(1685-1688 재위)가 될 인물이었다.

어느 날 그는 그의 형인 찰스 2세에게 늙은 밀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한번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국왕은 동생의 호기심을 막을 의사가 없음을 밝히며 허락했고, 얼마 후 제임스는 밀턴의 거처를 알아내 개인적인 방문을 했다.

먼저 밀턴이 소개되었고, 다음으로 밀턴은 찾아온 손님이 어떤 신분인지를 소개 받았다. 얼마간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제임스는 손님답지 않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밀턴의 실명이 그의 저술 활동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밀턴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만일 전하께서 여기 우리에게 닥친 재앙을 하늘이 진노하신 징후라고 생각하신다면 전하의 부친이신 국왕의 운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겠습니까? 그런 전제에서라면 하늘은 저보다는 부친께 더 훨씬 더 불쾌하셨던 게지요. 저는 눈만을 잃었을 뿐이지만 국왕은 머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제임스는 이 말에 몹시 화가 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궁정으로 돌아오자마자 국왕에게 밀턴 같은 악당을 교수형 시키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라고 따졌다.

국왕은 밀턴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냐고 물었다.

“늙고 가난했습니다.”

“늙고 가난하다고? 게다가 그는 앞도 못 보지 않던가?”

“그렇습니다. 딱정벌레 같은 장님이었습니다.”

“제임스, 그를 교수형 시키길 원하다니, 어찌 그토록 어리석은가? 그를 목매달면 그에게 봉사를 하는 셈이야. 불행에서 구해주는 꼴이지. 암, 그리 되어서는 안 되지. 만일 그가 늙고 가난한 장님이라면 그는 분명 충분히 비참한 처지에 있겠군. 그냥 살도록 내버려 두게.”


* Milton French, ed., Life Records of John Milton, IV(New York: Gordian Press, 1966), 389-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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