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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읽기

그 백성에 그 왕

by 안티고네 2016. 11. 1.

박근혜=최순실 사태가 정치모리배들의 축소 조작으로 유야무야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시점에서 대대적인 시위와 봉기가 필요하다는데 이의 없다. 하지만 궁극적 해결책은 근대적 개인, 공적 개인이 등장하고, 백성(臣民)이 시민으로 바뀌는 것 아닐까. 그 백성에 그 왕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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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는 공동체를 우선 생각하고,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보다 공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태도는, 혹독한 시련에 의해서보다는, 나태와 무관심 속에 소멸되곤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은, 박해와 혼란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안정되고 유복한 생활에 의해서입니다. 그런 생활은 마치 흔들지도 거르지도 않은 포도주처럼 부패하기 쉬운 법입니다. 최인훈의 장편소설 <광장>에는 이런 대화가 나옵니다.

"개인만 있고 국가는 없습니다. 밀실만 푸짐하고 광장은 죽었습니다. 각기의 밀실은 신분에 맞춰서 그런 대로 푸짐합니다. 개미처럼 물어다 가꾸니까요. 좋은 아버지, 불란서로 유학 보내준 좋은 아버지, 깨끗한 교사를 목 자르는 나쁜 장학관, 그게 같은 인물이라는 이런 역설. 아무도 광장에서 머물지 않아요. 필요한 약탈과 사기만 끝나면 광장은 텅 빕니다. 광장이 죽은 곳, 이게 남한이 아닙니까? 광장은 비어있습니다."

소시민적 기질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공적 영역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회피합니다. 이들 무관심한 대중은 그저 자기 자신과 가정,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안주한 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그러한 생활 태도 이면에는, 겸손함보다는 나태와 비겁함이 가로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광장을 떠나 밀실에, 국가를 떠나 사적 영역에 안주합니다. 그러나 히브리 종교의 신은 밀실에 숨어 있는 이들 소시민적 부류들을 등불로 찾아내어, 그들을 기어이 광장으로 끌어내고자 합니다. 예언자 스바냐는 모든 사람에게 공적인 영역, 즉 광장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성서를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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