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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양史 아흔아홉 조각 잠든 현대인을 깨운다

by 안티고네 2014. 12. 24.

 

 

 

▲ 나의 서양사 편력 1·2 박상익|푸른역사|1권 308쪽·2권 288쪽|각 1만5천원

 

서양史 아흔아홉 조각 잠든 현대인을 깨운다

변하지 않는 역사… 변화하는 현실 속 새롭게 해석돼
서양과 비교로 한국사회 냉철하게 돌아볼 안목 제시
“현실에 관심 없는 현대인 깨우는 ‘기상나팔’ 되길”

 

나의 서양사 편력(전편 2권)은 우리의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 될 만한 서양사 94개 장면들을 고대, 중세, 근대, 현대 등 시대순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저자가 오랜 기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주제인 존 밀턴에 관한 5편의 글을 한데 모아 별도로 편성해 모두 99개의 글을 담았다.

이 책의 작가인 박상익은 우석대학교 역사교육과에서 서양사를 강의하고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다.

그는 역사, 문학, 종교의 학제적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시인이자 혁명가인 존 밀턴의 대표 산문 ‘아레오파기티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밀턴 탄생 400주년을 맞아 ‘밀턴 평전: 불굴의 이상주의자’(2008)를 펴냈다.

작가는 ‘나의 서양사 편력’을 통해 독자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우선 역사는 ‘여행’이다. 특히 서양사 읽기는 시간 여행인 동시에 공간 여행이다.

서양사 읽기는 독자를 낯선 시공간으로 안내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여우와 북극곰을 사냥하던 16세기 네덜란드 바렌츠 선장의 절박함도 엿볼 수 있고 전신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흡족한 눈으로 바라보는 100년 전 이름 모를 프랑스 여인의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서양사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제안한다.

두번째로 역사는 ‘거울’이다.

서양사 지식은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해주는 수단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마치 거울을 바라봄으로써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서양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 사회가 처한 좌표를 좀 더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작가는 이 거울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시대가 요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꿰뚫어 보는 안목을 제시한다.

세번째로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다. 역사는 불변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1960년 흑인 민권 운동과 여권 운동이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면서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등장했다.

기존의 역사 연구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던 흑인 노예사와 여성사가 처음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철저히 백인과 남성 중심이었던 과거의 역사학에서 벗어나 흑인과 여성의 삶이 역사라는 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처럼 역사는 암기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되고 해석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이 책이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문제투성이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현대인의 잠든 정신을 번쩍 깨우는 ‘기상나팔’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을 기대했다.

/민경화기자 mkh@

http://www.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3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