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고대 정치외교학과 한승조 명예교수 사태의 맥락을 짚어볼 수 있는 글로 판단되어 소개합니다.
한승조, 한성주, 고대정외과, 정치학
1994년에 고대 여학생 미스코리아가 탄생했다. 평소 쇼비니스트적이고 마초적인, 한마디로 말해 투박하고 촌스런 고대의 분위기상 고대 여학생이 미스코리아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될만한 일이었다. 학교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학교 당국이 미스코리아 출마를 적극적으로 밀었고, 그녀가 진에 당선되도록 주최 한국일보측에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실 학벌을 가진 학생에 유리한 (2002년에는 머리빈 미녀만을 이상화하여 뽑는다는 안티미스코리아대회의 주장에 맞서 주최측이 별로 미모가 뛰어나지 않은 "의대생" 미스코리아를 진으로 뽑았던 것을 보면 어이가 없을정도이다) 미스코리아대회를 볼때, 아마 고대측이 로비를 안했어도 당선이 유력했을 것이다. 이렇게하여 1994년 영예의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된 인물이 바로 고대 정외과 93학번 한성주양이었다. 고대당국으로서는 참으로 만족할만한 결과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그녀의 전력이 드러나자 고대는 촌스런 이미지를 덜어내기는 커녕 오히려 네티즌 (그때는 인터넷보다는 모뎀으로 접속하는 PC통신 나우누리나 하이텔등등의 유저가 더 많았다)의 비웃음을 사게 되었다. 그녀가 정상적으로 고대에 입학한 것이 아니라, 고교때 최하위권의 성적이었음에도 체육특기생으로 고려대에 입학했고, 그것도 거의 100% 합격이 보장된 승마특기로 들어갔다는 것, 수많은 골빈 일화 (영어동아리에 들기 위한 오디션에서 patient를 '파티엔트'라고 발음했다는 전설도 있다) 그런데도 뻔뻔스럽게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와서 "저의 꿈은 외무고시를 봐서 외교관이 되는것"으로 말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고대 고시생들의 공분을 산 것이 PC통신에 회자되면서 고대 정외과의 명예는 오히려 더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한성주와 한승조와 무슨연관이 있냐고? 그것은 정치외교학을 학문으로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배경이 한성주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성주는 부산의 부동산 거부의 딸이며, 그는 5공때는 투쟁에 앞장서던 신민당을 분열시키던 사쿠라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이었다) 지적인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정치외교학의 교수까지 가는 자들은 한성주와 계급적으로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한승조때문에 그 일면이 드러난 것이지만 한국에서의 정치외교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원래 편향적이고 문제가 많은 학문이다.
나도 유학을 나가려고 준비하는 입장이지만 정치외교학 방면은 유학을 가더라도 장학금이 거의 안나오기 때문에, 주로 부자집 자제들이 유학을 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터무니 없이 비싼" 미국의 명문대에서 학위를 마치는 인간들은 친일파나 졸부의 자식과 같이 문제가 많은 배경을 가진 인간들이 대다수이다. 물적토대(출신배경)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마르크스의 말은 여기에 정확히 적용된다. 대부분의 명문대 정외과 교수들이 소위 구제할 수 없는 꼴통인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정치학이라는 건 소련의 정치경제학이 그랬듯이 진지한 사회과학이라기 보다는 자국의 이념을 전파하는 "프로퍼갠더"의 성격이 강하다. (미국의 국가전략이 되고 있는 문명충돌론을 설파한 새뮤엘 헌팅턴과 제3세계의 국가에서 갖은 악행을 저질렀던 마키아벨리즘의 화신 키신저가 하바드대 정치학 교수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가 많은 배경을 가진 유학생들이 미국의 이념을 만들어내는 교수밑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을 기르는데, 그것은 한승조와 같은 편견으로 가득찬 것으로밖에 길러질수 없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들의 졸업논문이 대부분 한국의 사정을 American politics로 재단한 것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이들에게 있어서 "고졸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은 "아버지나라인 미국의 경우에 비추어" 용서할수 없는 정치의 퇴보인 것이다.
물론 난 고대 정외과에 한승조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최장집 교수같이 양심적이고 훌륭한
분도 계시다는 걸 안다. (사실 난 다른대학 출신이지만 최장집교수는 내가볼때는 우리나라 정치학자중에서 학문적으로도 제일 뛰어나다). 하지만
대체로 부잣집 자제들이 미국에서 직수입해다가 한국에서 팔아먹는 American Politics라는 학문은 숭미주의의 온상일뿐만 아니라 지금
한승조의 경우처럼 한국에서 친일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으며, 진지한 사회과학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문제가 많기 때문에, 소위 정외과
교수들의 학문적 주장이라는 것들은 그들의 배경을 충분히 헤아려 가려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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