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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읽기

[스크랩] [예스24서평]역사, 더 자세히, 더 정확하게..

by 안티고네 2005. 6. 7.

역사, 더 자세히, 더 정확하게..

시라노 님 | 2005-06-02 | 책내용    책상태

 

박상익 역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 (푸른역사, 2004)

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출판계가 그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근래 들어 역사학이라는 말은 과거에 비해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사실을 설명해준 책이 <굿바이 E. H. 카>였다. 역사학은 이제 통치사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형태의 '미시사'로 뻗어나가고 있다.

과학계 역시 앞만 보고 내달리던 관성을 버리고 새삼 '과학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인다. 마침 올해는 초기 공상과학소설의 대가 '쥘 베른' 사망 100주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탄생 100주년과 사망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UN은 올해를 '세계물리의 해'로 선포했고, 우리나라 역시 물리의 해를 기념해 각종 과학사 관련 저작들의 출간 붐을 조성, 과학사의 위대한 발자취들을 되짚고 있다.

한편, 우리사회에서 역사에 대한 관심을 주도한 주된 원인은 따로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중·일 간의 치열한 역사 논쟁과 민족갈등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이제 역사책의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무수한 사건과 사실들을 단순 나열한 역사책은 더 이상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관심이 높아진 만큼 독자들은 과거 역사의 다양한 국면들에 대한 보다 자세하고 체계적인 설명과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런 기대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기획이 바로 '서양사 깊이읽기'다. 이번에 나온 『뉴턴에서 조지오웰까지』<뉴턴에서 조지오웰까지>(윌리엄 L. 랭어 편/ 박상익 역/ 푸른역사 간)은 '서양사 깊이읽기'의 두 번째 책에 해당된다.

이 책은 서양 근현대사의 여러 국면들에 대한 전문가의 자세한 해설과 묘사를 담은 17편의 에세이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 역사적 비중에 비해 그간 소홀히 다뤄졌거나 잘못 기술된 것을 바로잡고, 그것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야심 찬 시도라는 점이다. 특히, 주제선정의 다양성과 참신성이 돋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벌써 꽤 오래된 얘기지만,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서양사 다시 보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책이다. 거기서 다룬 사건 중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역시 '디레퓌스 사건'과 '러시아혁명'에 관한 참신하고 균형 잡힌 해설이었다.

이 책 역시 세기의 재판으로 불릴만한 사건이 소개하고 있다. '워런 헤이스팅스의 탄핵재판'이 그것인데, 마침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을 경험했던 우리에게 탄핵재판의 전범인 이 사건은 특히나 의미심장하게 읽힐 수밖에 없다.

근대 물리학의 완성자인 '아이작 뉴턴'과 자연생태계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을 전복해버린 '찰스 다윈'에 대한 균형 잡힌 해석과 설명은 새삼 귀기울일 만하다. 특히 현대 과학기술의 성과에 경도돼 뉴턴과 다윈에 대한 불신과 편견을 가졌던 내겐 그들의 위대한 업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밖에 17세기 유럽의 무역과 문화를 주도했던 네덜란드의 황금시대, 표트르 대제의 활약으로 러시아가 일약 유럽무대의 주인공으로 변신했지만 그것이 종래 러시아 민중혁명의 단초가 되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 나폴레옹의 영광을 상처로 얼룩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근대사의 흐름을 바꾼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넬슨 제독의 나일강 해전 승리, 빅토리아 시대를 이끌었던 영국 제국주의자들의 생활상과 사고방식, 고뇌하는 로만주의자 루소, 신화가 된 혁명아 레온 트로츠키, 18세기 부르주아들의 새로운 교육방식이기도 했던 그랜드 투어 등등...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고 변화무쌍한 서구 근대의 다양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세하고도 치밀한 설명은 책을 잡는 순간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게 만들고도 남는다.(실제 나는 750여 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무려 12시간을 바쳐 단 하루만에 다 읽어 치웠다)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1414407&CategoryNumber=001001010007001


출처 : 무교회신앙
글쓴이 : 박상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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