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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 서평

33.종교는 없지만 청렴한 나라, <신 없는 사회>(마음산책, 2012)

by 안티고네 2019. 8. 29.

종교는 없지만 청렴한 나라

 

필 주커먼, <신 없는 사회>(마음산책, 2012)

 

미국의 사회학자 필 주커먼은 20055월부터 14개월 동안 덴마크에서 살았다. 아내와 두 딸이 함께 했고, 그곳에서 아이가 하나 더 태어났다. 아이들은 덴마크 학교에 보내 교육시켰다. 하나의 사회를 충분히 이해하기에 14개월이란 세월이 길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곳에 머물며 아이들을 낳아 양육하고 교육하는 생활을 했기에 귀담아들을만한 의미 있는 경험담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게다가 그는 사회학자로서 수백 명의 덴마크인·스웨덴인과 심층적인 인터뷰를 진행해 두 나라의 종교 실태를 조사했다.


덴마크와 스웨덴, 두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종교성이 적은 나라다. 세계사를 통틀어 봐도 이토록 덜 종교적인 나라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앙이 활기를 띠고 신성함이 파도처럼 거대하게 부풀어가는 와중에, 두 나라는 작지만 세속주의의 배처럼 외롭게 떠있다.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예배를 드리지도 않고, 기도도 하지 않고, 위대한 종교들의 기본 교리를 믿지도 않는다. 책 제목 그대로 두 나라는 신 없는 사회.


저자 주커먼은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 사뭇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오르후스(덴마크 제2의 도시)에서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는 43살의 안네라는 여성을 통해 들려준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오랫동안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면서, 무신론자들이 대개 임박한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안네가 말하는 것을 듣고 그는 깜짝 놀란다. 안네는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걱정과 불안으로 마음이 망가져서 죽음을 가장 힘들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도덕성은 어떨까. 주커먼에 의하면, 정치인과 공무원의 청렴도에서 덴마크는 세계 4, 스웨덴은 6위이다. 전 세계적으로 청렴도가 높은 상위 20개국 중 대다수가 비교적 종교성이 약한 나라다. 경제 정의는 어떨까. 지니계수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평등 면에서 덴마크는 세계 2, 스웨덴은 4위다. 소득 평등이 가장 잘 이루어진 상위 20개국 중 대다수는 역시 종교의 영향력이 약한 곳이다. 세계 경제포럼에 따르면 스웨덴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3, 덴마크는 4위다. 20위권 국가 중 종교의 세력이 강한 곳은 미국(6) 하나뿐이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종교성이 매우 약한 곳이다.


가난한 나라를 위한 자선 행위를 살펴보면 덴마크는 2, 스웨덴은 3위고, 세계 최빈국들에 가장 많은 원조를 하는 20개국 중 많은 나라가 확연히 비종교적이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한스-뵈클러 재단은 사회적 정의의 확립에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기준으로 각국의 순위를 매겼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인 덴마크·스웨덴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주커먼은, 만약 이 세상에 가장 안전하고 견실한사회가 있다면 덴마크가 바로 그런 곳이라고 단언한다.


세계의 위대한 종교들은 병자와 노인, 가난한 사람, 고아와 약자를 돌보고, 자비와 자선을 행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의를 베풀고, 관대한 마음과 겸손과 정직을 배양하고, 이기심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라는 도덕적 가르침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종교적 가르침을 가장 성공적으로 제도화해서 실천하고 있는 곳이 세계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들이라는 것은 놀라운 역설이다.


흔히 기독교는 빛과 소금으로 자처한다. 그런데 종교성이 가장 약한 덴마크·스웨덴이 공무원의 청렴도, 경제적 평등, 사회적 정의, 최빈국 원조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뿐인가? 2011년 세계 1인당 국민소득 순위를 보면 덴마크와 스웨덴은 각각 7위와 8위였고, 미국은 15위였다(한국은 31). 두 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이에 비해, 기독교 국가인 미국은 후기 산업사회 중에서도 가장 불평등한 나라에 속하며, 부자 나라임에도 경제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덴마크와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반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가장 평등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주커먼의 큰딸이 다니던 초등학교의 임시교사였던 소니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종교를 믿지 않아도 내 가치관이 전부 종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중요해요., 그 성경 이야기들이 우리 가치관의 근본이에요.” 그렇다. 성경이 요구하는 도덕성과 사회적 정의, 경제적 평등이 국민 각자에게 내면화되어 굳이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삶 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한스뵈클러슈티프퉁은 몇 해 전 사회적 정의의 확립에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근거로 각국의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인 덴마크와 스웨덴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주커먼은 만약 이 세상에 가장 안전하고 견실한사회가 있다면 비교적 세속적인 덴마크가 바로 그곳이라고 단언한다.


예수는나무는 그 열매를 보고 안다.”고 했다. “말로만 주여, 주여 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천국에 들어간다.”고도 했다. ‘열매실천을 놓고 보면 종교성이 높은 미국보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예수의 기준에 훨씬 잘 부합하는 모범국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