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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읽기

<성서를 읽다>에서 뽑다.4

by 안티고네 2016. 10. 11.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001)에는 교실에서 담임선생(김광규 분)이 학생들의 따귀를 때리면서 따져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선생: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장동건: 장의삽니더.
선생: 장의사? 그래 니 아부지는 염 매가며 니 가르치는데 공부를 그따구로 하나? 대라
동건: (귓방망이 맞으며 선생을 노려본다)
선생: 이리와 (한 대 더 때린다.)
선생: 다음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유오성: (모르쇠)
선생: 뭐하시노? (다시 묻는다)
유오성: 건달입니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보듯이, 한국인이 던지는 질문은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였습니다. 요즘은 다소 바뀌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출신 학교를 묻지 않을까요?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향상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걸까요? 혈연 집단에서 탈피해 학연 집단으로 나아간 것을 그나마 장족의 진보로 보고 뿌듯하게 여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데뷔한지 17년여를 냉대와 무관심 속에 지냈습니다. 1980년에 신춘문예 단편소설이 당선되고, 이듬해 장편 공모에 <혼불>이 뽑혀 작가가 되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세월은 너무나도 길었습니다. 그녀를 절망케 한 것은 문화계의 패거리 병이었습니다. 같은 패거리가 아니면 돌보지 않고, 지연, 학연 같은 끈을 맺고, 한 울타리를 이루어야만 밀어주는 병입니다. 그리하여 홀로 무섭게 천착하는 외곬의 노력가들을 영영 어둠 속에 파묻어 버리는 병입니다. 재능이나 업적보다는 교제와 정치로 살아남는 얼치기들을 무한히 확대재생산하는 반(反)사회적 고질병입니다.

#성서를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