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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번역

한강의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번역가도 함께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by 안티고네 2016. 5. 17.

한강의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번역가도 함께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금 보니 무려~ 2009년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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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세계화와 관련해 스위스 태생의 번역가 율리아 타르디 마르쿠스(1905-2002)를 떠올린다. 그녀는 독일인 부모 아래 스위스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했다.


중국 일본 등과의 제한된 교류 말고는 사실상 섬나라처럼 고립되어 살았던 우리와는 달리, 유럽에서는 지리적 특성상 이중 언어 사용자를 흔히 볼 수 있다. 율리아처럼 독일인 부모 아래 태어나 생애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생활했다면, 우리 눈에는 그야말로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이중 언어 사용자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모국어는 독일어 하나뿐이라고 단언한다.


28세 되던 1933년부터 60년이 넘도록(1995년 현재) 프랑스에 살았으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프랑스어에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프랑스어를 독일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해도, 독일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미묘한 뉘앙스를 옮겨야 하는 문학작품의 경우는 어림도 없다고 한다. 모국어는 인간 영혼의 뿌리에 맞닿아 있는 것일까. 완벽한 이중 언어 사용자처럼 보이는 그녀에게도 '모국어'는 단 하나뿐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스위스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독일어 프랑스어의 이중 언어 사용자였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이중 언어 사용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귀착되는 언어는 그 중의 어느 한쪽 언어일 것이다. 모국어는 역시 모국어다. 생각하는 것, 쓰는 것, 읽는 것을 모국어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율리아는 '모국어로'번역하는 것을 '번역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원칙'은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우리 문학을 사랑하는 유능한 외국인 번역자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제 아무리 외국어 구사능력이 탁월하다 해도, 한국 사람이 한국 문학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을 해서는 그 문학성을 외국인에게 인정 받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38&aid=0002033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