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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 선생

행간을 읽어달라!

by 안티고네 2015. 7. 13.

요사이 평전 집필 때문에 김교신의 글을 꼼꼼히 정리하면서(시간이 엄청 걸린다. 평전은 엉덩이로 쓰는 것!^^),

존 밀턴보다 더 위대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놀라곤 한다.
매달 일제의 검열을 받고, 때로는 퇴짜를 맞고 재검열을 받는 등 갖가지 수난을 당하며

월간지 <성서조선>을 158호까지 펴냈는데,

1934년 '일기'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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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12월 11일(화). 우연한 기회에 조선철도국 사보 <국우(局友)> 11월 15일호에서 “조선 사상운동 개황”이라는 글을 보다.

 

제1기 민족주의 만세소동(1910년 한일합병부터 1921년경까지)
제2기 민족주의, 사회주의자의 제휴(1922년-1926년경까지)
제3기 신간회와 학교 소동(1927년-1930년경까지)
제4기 공산주의자의 잠행적 운동(1930년-1934년 현재까지)

 

필자는 조선총독부 경무국 보안과 사무관이니 만큼 상세하고도 계통 정연한 것이다. 읽고 나니 우리의 전기(傳記)를 읽은 듯한 감흥이 그 하나요, 조선 공산당은 다른 나라 공산당보다 특이한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은 것이 그 둘. 기독교라도 조선 김치 냄새나는 기독교가 등장하지 말란 법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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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점!!!
1. 총독부 사무관의 자료가 게재된, 일제가 공인한 사보를 인용함으로써, 일제 당국의 검열을 피해가며 합법적으로 조선의 민족 운동 계보('우리의 전기'라고 표현한 것에 유의!)를 독자들에게 널리 알림. 당시 민족운동이나 공산당 활동에 관한 공식 정보는 일반 조선인에게 차단되어 있었음.
2. 당시의 민족운동과 결합한 조선공산당의 독자성과 특수성을 은근히 부각시키면서,
3. 조선 기독교 또한 조선적인 김치냄새 나는 민족적 기독교가 되어야 함을 강조.
4. 김교신은 <성서조선>의 행간을 읽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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