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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 칼럼·글

[그때 오늘64] 나폴레옹 시대 신병의 72%는 키 150㎝ 이하

by 안티고네 2009. 11. 24.
[그때 오늘] 나폴레옹 시대 신병의 72%는 키 150㎝ 이하
1796년 11월 아르콜레 전투에서의 나폴레옹을 묘사한 그림. 28세의 원정군 사령관은 “로디의 승리를 잊었는가? 돌격하라!”고 외치면서 총탄을 쏟아내는 적을 향해 돌진했다.

얼마 전 영국 일간지 타임스 인터넷판은 전직 교사 폴 주어리가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을 인용,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10대 오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중 하나는 나폴레옹의 키에 관한 것이다. ‘나폴레옹의 키가 1m57㎝라는 것은 잘못된 번역에서 비롯되었고, 실제 키는 약 1m70㎝였으며 이는 18, 19세기 평균 키였다’는 내용이다.

과연 그럴까? 나폴레옹 시대 징집병의 체격에 대해서는 풍부한 통계가 남아 있다. 나폴레옹이 1797년 점령지인 이탈리아 북부의 제노바와 그 주변 지역에 세운 리구리아 공화국의 경우 해안의 한 군(郡)에서 1792~99년에 징집된 신병의 72%는 키가 1m50㎝ 이하였다(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1m57㎝가량으로 알려진 나폴레옹의 키는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키 큰 병사들도 있었고, 왕이나 장군들은 그들을 높이 평가해서 근위대 등 엘리트부대에 소속시켰다. 나폴레옹 또한 평균키를 크게 웃돌던 근위병들을 이끌고 대중 앞에 등장했던 만큼 실제보다 무척 작아 보였을 것이다. 어쨌든 그 시대 사람들의 체격이 요즘보다 매우 작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1796년 5월 10일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의 로디 시에 진군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다리에 설치된 적의 대포 20여 문이 포탄을 퍼부었다. 프랑스 병사들이 다리에 나뒹굴었다. 수적으로 열세인 프랑스군에게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때였다. 나폴레옹은 혼자 총알이 비 오듯 쏟아지는 다리를 향해 칼을 뽑아 들고 달려갔다. 용기백배한 병사들이 그의 뒤를 맹렬히 따르자 적이 퇴각하기 시작했고 승리는 프랑스군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일개 병사처럼 죽음에 맞선 나폴레옹에게 찬탄의 시선을 보냈다. 이후 병사들 사이에 그는 ‘꼬마 하사’란 애칭으로 불렸다.

평생 강렬한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았던 그는 원정에서도 500권가량의 책을 담은 이동도서관을 끌고 다닐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1798년 이집트를 침공할 때는 수많은 학자들을 대동했고, 원정 중에 발견된 로제타석은 ‘이집트학’ 연구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여대생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용기·지성 같은 덕목보다는 겉에 드러나 보이는 것에만 사로잡히는 외모지상주의 풍조가 ‘일부’ 젊은이들에게 국한된 현상이라고 믿고 싶다. 진정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11/23/3548165.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