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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 칼럼·글

[그때 오늘63] “인류는 평등하다” 알렉산드로스의 세계시민 정신

by 안티고네 2009. 11. 17.
[그때 오늘] “인류는 평등하다” 알렉산드로스의 세계시민 정신
지난 1일 타계한 레비스트로스(1908~2009)는 우수한 서구 문명이 미개한 원시 문명을 지배 한다는 편견을 비판함으로써 ‘문명’과 ‘야만’, ‘서구’와 ‘비서구’의 경계를 허물었다.

단 한 번도 전쟁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알렉산드로스(기원전 356~323년)는 고대 영웅 누구보다도 후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폴레옹이 말했듯이 알렉산드로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군이었다. 그러나 서양역사에서 그가 갖는 중요성은 군사적 천재성만이 아니다. 만민의 평등과 협조에 바탕을 둔 세계국가 이념이야말로 그의 업적이 지닌 진정한 역사적 의의다. 젊고 자부심에 찬 정복자가 착안한 이 정치적 비전은 그가 죽고 제국이 사라진 후에도 지속되었고,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알렉산드로스는 13세 때부터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받았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의 3년 동안 그의 예리한 정신은 그리스적인 관점에 젖어들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드로스에게 모든 야만인들(그리스인이 아닌 사람), 특히 아시아인은 타고난 노예라고 가르쳤다. 이런 관점은 고대 그리스의 전형적 특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인 플라톤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그리스인의 편견과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의 한계를 뛰어넘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제자였다.

알렉산드로스는 전쟁터 등의 장소에서 야만인들과 직접 접촉할 기회를 가지면서 그리스인이 과연 그들보다 우월한지 시험해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모든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기원전 329년 힌두쿠시를 가로질러 박트리아로 진군할 때는 대규모의 아시아인을 원정 주력군으로 충원했다. 그는 아시아 여성 록사나와 결혼을 했고, 1만 명의 병사들에게도 아시아 출신 아내를 얻게 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사후 시작된 헬레니즘 시대에는 원정을 통해 활짝 열린 거대한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사상은 인류 정신사에서 혁명적 의미를 갖는다. 이 사상은 맨 먼저 제논(기원전 335~263년)의 스토아 철학에 흘러들어가 인류가 형제임을 가르쳤고, 그 후 사도 바울에게 채택돼 기독교로 흡수되었다.

‘현대 문화인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얼마 전 100세로 타계했다. 어떤 문명이나 민족도 다른 집단보다 위대한 것이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우수한 서구 문명이 미개한 원시 문화를 지배한다는 ‘서구우월주의’의 편견을 비판했던 그에게서 알렉산드로스의 통찰이 느껴진다.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11/17/3541255.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