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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밀턴

[부산일보]'밀턴 평전' 박상익 우석대 교수

by 안티고네 2008. 5. 31.

[저자는 말한다]

'불굴의 이상주의자 밀턴 평전' 박상익 우석대 교수
서사시인에서 혁명논객까지 뜨거웠던 삶 

'밀턴 평전'을 펴낸 박상익 우석대 교수. 그는 자신의 서가에 밀턴 관련서만 500여권이 있다고 했다.

'실낙원'으로 철저히 각인된 존 밀턴(1608∼1674). 조금 더 수다를 떨면 영문학 최고의 서사시인, 혹은 셰익스피어만큼 유명한 영국 문학인. 그런 시인의 모습에서 '불굴'이란 단어를 떠올렸다면. 아니 혁명논객이나 정치 개혁가, 종교 혁명가 등의 거친 호칭이 붙는다면…. 밀턴을 너무 사랑하는 학자, 그래서 '밀터니스트'(밀턴주의자)로 불리고 싶은 서양사학자가 '불굴의 이상주의자 밀턴 평전'(푸른역사/1만5천900원)을 펴냈다.

그는 전북 우석대 역사교육학과에서 서양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상익(55) 교수. 밀턴 관련서만 500여권을 소장하고 있다는 그를 '저자는 말한다'에 초청했다.

"올해는 존 밀턴 탄생 400주년입니다. 책을 쓴 것도 그의 탄생을 자축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고국인 영국의 밀턴에 대한 축가는? "글쎄요. 별 준비된 행사가 없는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사학자가 밀턴을 그토록 잊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 사랑이 지나쳐 밀턴 평전까지 출간한 까닭은? 그것도 영문학자가 아닌 서양학자로서 말이다.

"밀턴에 대한 오해를 깨뜨리고 싶었습니다. 실낙원이 밀턴의 전부가 아니라는 그런 오해 말입니다." 그는 대뜸없이 밀턴을 소신과 원칙을 지킨 논객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혁명가이자 불굴의 지식인이었다고 상찬했다. "밀턴은 초지일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지와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지식인들의 곡학아세와 달랐죠." 그런 밀턴이 상아탑에 유폐된 채 몇몇 전공학자들의 손에서 머문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애정은 윌리엄 워즈워드의 소네트를 언급한 책의 서문에서도 잘 드러났다. "밀턴, 그대야말로 우리 시대에 살아 있어야 하겠다/…/지금 이 나라는 괴인 물 썩어가는 늪 같으니/…/그대는 인생의 대도를 경건한 기쁨 가운데서 걸었다."

그렇다면 그가 드러내 놓고 싶은 밀턴은 어떤 인물일까. "영국이 왕당파와 의회파 간의 내전으로 피의 숙청이 한창 이뤄지고 있을 때, 국왕 찰스1세가 사형 선고를 받아 도끼에 목이 잘렸을 때 그 스스로 국왕 처형과 혁명을 옹호했던 인물이죠." 당시 밀턴은 혁명정부의 대변인이었다. 그는 유럽 전체 왕국을 상대로 혁명세력과 잉글랜드 국민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혁명정부(공화정)는 오래가지 못했다. 11년 만에 왕정 복고가 이뤄졌고 찰스2세가 옹립됐다. 혁명가들은 한 순간에 반역자로 전락했다. 그도 그런 반역자 중 한 사람이 됐다. 하지만 그는 처형당하지 않았다. 이유는 실명 때문이었다. "당시 실명을 포함한 신체 장애는 천형과 같은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런 밀턴을 처형하는 것은 오히려 자비를 베푸는 행위라고 집권층은 판단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턴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그의 장애를 비꼬는 집권층과 찰스2세에 대해 "더 큰 천형을 받은 것은 오히려 목이 잘린 찰스1세"라며 정면 반박하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책은 4부로 구성됐다. 폭정 영국에서의 삶이 제1부에, 종교논쟁의 독설가로, 언론자유의 투사로서의 활동이 제2부에, 그리고 두 눈을 완전히 잃고 세기의 대작인 '실낙원'과 '복낙원' '투사 삼손'을 집필할 때의 노년생활이 제3, 4부에 기록됐다.

"밀턴이 추구한 이상사회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신 앞에 단독자로 설 수 있는 자각적인 개인들의 사회였습니다." 박 교수는 밀턴의 올곧은 생애와 사상을 '거인의 어깨'삼아 난쟁이와도 같은 우리 모두가 함께 딛고 올라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모두 4권의 저술과 7권의 번역서를 냈다. '번역은 반역인가'는 한국 사회의 번역 문제를, '어느 무교회주의자의 구약성서 읽기'는 종교 문제를 각각 다뤘다. 또 '언론자유의 경전 아레오파기티카'에서는 밀턴의 언론자유 정신을 담았다. 역서는 '의상철학' '영웅숭배론'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 등이 있다.
백현충 기자 hoong@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8. 05.31. 16:05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8/0531/067020080531.10181605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