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 지음|푸른역사|472쪽|1만5900원
입력시간 : 2008.05.30 16:32
- 영국 시인 존 밀턴(1608~1674)은 마흔네 살이던 1652년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의 장편 서사시 《실낙원》(Paradise Lost)은 그로부터 15년 뒤 발표된다. 캄캄한 눈으로 구술해 완성한 것이다. 인간의 원죄를 주제로 한 이 빛나는 서사시가 밀턴이 가장 불행했던 순간, 곧 두 눈을 잃고, 그가 갈망하던 공화주의 혁명에도 실패한 때 나온 것이다.
17세기 영국은 설탕과 담배, 향료, 노예 등 신세계 무역으로 부유해졌다. 그러나 문화적으로는 가난했다. 특히 예술과 과학의 나라 이탈리아에 대한 열등감이 강했다. 밀턴은 1639년 로마 여행 길에서 천문학자 갈릴레이(당시 75세)를 만난다. 《실낙원》에는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 표면을 관찰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마치 한밤에 갈릴레이의/ 망원경이 확실치는 못하나 상상의 나라와/ 땅을 달 속에서 보는 듯하다.' -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을 받고 있었다. 밀턴은 그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유로운 탐구와 표현을 제약하는 것이 얼마나 사악한 일인지 통감한다. 이 체험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언론·출판의 자유를 강조한 《아레오파기티카》(1644)에 담긴다. 의회가 통과시킨 출판허가법(검열제)의 부당성을 지적한 책이다. 밀턴 역시도 "부부가 정신적으로 불일치할 경우 이혼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평생 '난봉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이 평전은 평탄하지 않았던 그의 생애를 따라가며 의미 있는 사건들을 복기한다. 밀턴은 국왕 찰스 1세가 사형 선고를 받고 도끼에 목이 잘려나가는 영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태가 벌어지던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신념을 지킨 혁명가이자 종교개혁가였다. 저자의 머릿속에 이미지화된 밀턴의 생애를 밀턴 자신의 육성으로 들려주는 대목도 재미있다. 올해는 밀턴이 태어난 지 400년 되는 해다.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30/20080530010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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