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책’을
읽는다 | |||
영어사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등장한 것은 19세기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어단어를 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지휘한 것은 사전 편집인인 ‘제임스 머리’였다. 머리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사전제작에 참여한 가운데, 희귀본 장서에서 수많은 단어와 문장을 채록해 편지로 보내는 자원봉사자가 한사람 있었다. 편지만 보낸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그에게 머리는 고마움의 표시로 여러차례 옥스퍼드 초대장을 보냈지만 허사였다. 사실 ‘마이너’란 이름을 가진 그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살인범이었던 것이다. 학문과 현실의 괴리에 괴로워한 나머지 살인을 저질렀지만 뛰어난 실력을 가진 마이너는 머리의 사전제작 파트너로 뛰어난 활약을 벌였다. 노력의 결정체인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완성된 것은 1920년대로, 마이너와 머리가 모두 죽은 후였다. 책을 쓰고 만드는 것, 책을 읽고 모으는 그 모든 과정은 한편의 소설책이나 역사책만큼이나 흥미롭다. 책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은 ‘책을 말하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번역은 반역인가’(박상익 지음·푸른역사)는 인류의 아름다운 문장과 지식을 우리말로 옮겨담는 과정을 상세하게 그린 책이다. 서양사 교수이자 인문학술 분야 번역가인 저자가 수년 동안 번역 작업을 해오면서 몸소 체험한 한국 번역 문화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진단한 책이도 하다. 단순히 번역뿐만 아니라, 번역의 과정, 번역자와 편집자의 교류, 책의 판매와 개정 등 출판 전반에 관한 설명으로도 손색이 없다. ‘번역없는 사회에는 미래도 없다’는 저자의 호소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내용이다. ‘젠틀 매드니스’(N.A. 바스베인스 지음·표정훈,김연수 옮김·뜨인돌)는 ‘책, 그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라는 부제처럼 동서고금의 책 수집가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숌버그의 장서부터, 현대 미국작가들의 초판본 발굴에 앞장섰던 카터 버든까지 아마추어 수집가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미국 전역 268개 도서관에서 훔친 2만 3,600여 권의 희귀본을 가지고 ’블룸버그 컬렉션’을 구축한 희대의 책 도둑 ‘스티븐 블룸버그’같은 인물도 있다. 제목인 ‘젠틀 매드니스’는 18세기 미국의 정치가 프랭클린이 책수집가를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한다. 〈이종원기자 higher@kyunghyang.com〉 -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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