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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회 자료

[독자와의 대화] 김상일 님--무교회 신앙과 영문학.

by 안티고네 2001. 5. 12.


김상일(김영일) 님의 글.

감사하게도, 제 글을 올려주셨군요. 이거 왠지 약간 쑥쓰러운데요. 꼭 제가 작가가 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교수님의 칼럼 몇 개를 읽어봤습니다. 재미있을 것처럼 보이는 걸로, 한 10개쯤 읽어본 것 같네요. 앞으로도 시간 날 때마다 읽으려고 하겠습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요, 무교회주의가 만인사제주의의 회복을 주장한다는 점인데요. 그렇다면 무교회주의에서는 목사라는 직업을 인정하지 않나요? 이 밑에 글 쓰신 분도 그렇고, 교수님과 교류하시거나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목사님이 몇 분 계신 것 같던데, 약간 혼돈이 생깁니다. 교수님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다음에 올리실 글도 물론 기대하고 있겠구요.

저는 내일부터 드디어 여름학기 수업이 시작됩니다. 봄학기를 마치고 짧은 1주일의 방학이 오늘로 마지막이고요. 이제 또 공부를 해야 하는군요. 내일 첫 수업이 영문학수업인데, 긴장이 됩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그들의 문학을 외국인인 제가 똑같이 이해한다는 것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어쨌든 6월 7일에 교수님의 글로 다시 뵙지요. 안녕히.




박상익의 답신.

김상일(김영일) 님, 반갑습니다. (근데 정확한 이름은 뭔가요?)

무교회주의가 무슨 내용인지는 제 칼럼 제1호에 개략적인 소개가 나와 있습니다.

먼저 말씀 드릴 것은 무교회주의는 반(反)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교회는 하나의 무형적인 정신으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성 교단의 성직자들 중에도 무교회 정신에 공감을 느끼는 분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성공회(Anglican Church) 신부님 중에도 그런 분이 계십니다. 저는 그런 분들과 친교를 나누지 않을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교회에 대해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반대하는 성직자들도 계시지만, 종교개혁과 프로테스탄티즘의 본령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있으신 분들은 저항을 느끼실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교회는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성직 제도를 파괴하자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물론 무교회도 독자적인 모임(에클레시아)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무교회의 본질이 초대기독교와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가자는데 있으므로, 그 정신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굳이 교회, 무교회의 구분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적지 않은 교회들이 종교개혁 정신과 멀리 떨어져 있거든요.)

무교회 운동이 활성화 된다면 한국 교회에 대해서도 건전한 자극을 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한국 기독교 전체에 대해서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무교회는 바로 그런 점에서 존재 의미를 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교회는 나름대로 색깔을 갖고 있습니다.

학문 연구에 대한 적극적 태도, 신학보다는 기독교 고전(아우구스티누스, 단테, 밀턴, 파스칼, 키에르케고르 등)에 대한 강조, 사회 및 정치 문제에 대한 예언자적, 비판적 태도의 천명 등이 그 대표적인 성격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문학을 공부하신다니 한편으로는 축하를 드리고 싶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군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영문학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보물창고 같은 학문입니다. (저도 이 때문에 한때 영문학 전공을 고려해본 적도 있었습니다.)

셰익스피어, 밀턴, 휘트먼, 에머슨, 로제티, 존 던, 칼라일, 러스킨, 에밀리 디킨슨... 기독교 신앙을 모르면 접근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영문학의 찬란한 별들 아닙니까?

페이퍼를 쓰실 때 신앙적으로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접근하시면, 학문적으로나 신앙상으로나 많은 유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청교 시인 존 밀턴에 관한 연구로 작년에 저서를 한 권 낸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밀턴의 생애를 전기(Biography)로 써볼 생각도 갖고 있고요.

(밀턴의 신앙, 참 위대합니다. 배울 점이 많지요. 우리나라 크리스천들이 밀턴의 신앙을 발뒤꿈치만 따라가도 한국 사회가 송두리채 바뀔겁니다. 저의 지나간 칼럼에도 밀턴에 대한 소개 글이 나와 있습니다.)

박상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