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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 성서연구 지의 성격

by 안티고네 2000. 8. 30.


본 <성서연구>지는 출발에서부터 동인 연구지의 형식으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노평구 개인의 잡지로 성격을 전환합니다. 이에 대해 두어가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본지를 무교회주의 또는 무교회 신앙자들의 소위 기관지모양으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나로서는 참을 수 없습니다. 무교회란 그 명칭과 같이 아무런 기관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교회란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나 목사나 신부나 성찬, 세례 등 어떤 단체나 사람이나 의식에도 의하지 않고, 다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만 하나님과 직결되는 데서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개인과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이것만을 생명으로 전부로 삼는 것이 우리 무교회 신앙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무슨 단체나 기관으로 생각하는 것은 나의 무교회 신앙에 맞지 않습니다. 무교회도 물론 주일 모임을 갖고 또 여름, 겨울 공동 모임도 갖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서 연구에 의한 개인 신앙의 확립에 그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둘째, 신앙은 교회의 승인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혹은 신학적인 객관적 진리의 용인도 아닙니다. 신앙은 개인적 주관적 체험으로 파악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산 하나님과 개인의 인격적 교제입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 또는 부부 사이 이상의 개인적인, 사적인 교제입니다. 아니, 실로 영적인 교제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개인적, 주관적인 신앙의 발표는 역시 개인잡지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순수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셋째, 신앙의 독립성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신앙으로써만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하나님 자신의 일이기 때문에 독립적일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독립 없는 곳에는 진정한 협동도 결코 없습니다. 본지는 앞으로 독립을 생명으로 삼으려 하는 바입니다.

<성서연구> 제27호 (1951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