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윤은정 님과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박상익 님의 글을 읽으며 재미도 있었고 유익을
얻기도 했습니다. 인문학의 가치에 대해 새삼 느껴보기도 했고, 글을 매끄럽게 잘 쓰신단 생각을 하며,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번역에 대해 관심이 있고, 기독교인입니다.
제가 메일을 드리게 된 동기는 우치무라 간조의 무교회주의에 대한 글을 읽고서입니다.
박상익 님의 구체적인 본문을 뒤로 하고, 현재 떠오르는 생각만 간단히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성경론의 문제입니다. 성경이 절대적인
진리임을 어느 정도 받아 들이냐는 문제입니다. 성경을 하나의 고전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성경전체를 하나님의 절대적인 계시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물음입니다. 이 차이에 따라서 우치무라 간조의 가르침이 성경적인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적 보편적 진리의
내용이 그렇게 상대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일본에게는 일본식 기독교, 한국에는 한국식 기독교를 개발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성경적 진리의 보편성을 약화시키고, 하나님의 계시를 저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인 상대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 같아 보입니다.
또한
성경은 하나님에 대해서 말하고, 역사와 인문학에서 사람에 대해 배운다는 말이 성경에 대한 무지나 이해의 얕음에 의한 것이라 생각해봤는데요.
성경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지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누구시며, 인간은 어떤 존재냐는 것입니다. 성경만 주문처럼 달달
외운 듯한 편협한 모습이라는 박상익 님의 다른 표현도 기억나는데요. 그런 편협한 모습을 띄는 것도 성경 이해에 대한 깊이의 문제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한국교회의 부패와 타락은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지식인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교회가 참으로 성경적인 교회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의 기복적인 모습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는 일반적인 학문과 상식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욱 성경 자체에 의해서
정확하게 비판될 수 있습니다. 현 교회가 로마 카톨릭적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로마카톨릭 시대처럼 성경에 대한 무지가 그만큼 판친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즘 모두들 성경적인 것을 추구 이를 위한 성경 해석에 있어서도 제각각 다양하니 절대적인 진리는 없는
것이라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냥 읽는 사람 마음대로입니다. 이런 현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두서없이 말씀드려 죄송하고, 잘 이해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윤은정 드림
윤은정 님.
메일 감사히 읽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올린 우치무라 간조에
관한 글을 읽으신 모양이군요. 저의 극히 간단한 글 한 토막으로 우치무라 간조의 신앙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죠. 우치무라가 기독교의
복음주의 속죄신앙에 투철한 크리스천이란 사실은 그의 저작(일본 이와나미 문고에서 40권으로 전집이 나왔죠)을 일부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니 이런 글로 재론한다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제 글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한 것은 제 직업이
역사학, 그중에서도 서양사학이기 때문에 전공과 신앙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나보다 하고 너그럽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신앙의 보편성 말씀도 하셨는데, 저는 이 문제는 예수님의 달란트의 비유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개개인에게 재능이 다르듯이, 각 민족에게도 특성과 재질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렇다면 같은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그 외적인 발현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은, 그 신앙이 살아 있는 신앙임을 반증해주는 것 아닐는지요?
한국 교회의 부패를 성경 자체에 의해 비판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저 또한 전폭적으로 의견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같은 ‘성경’을 바탕에 놓고도 최소한의 상식마저도 무시한 억지 주장을 하는데
이르면 역시 건전한 상식도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험으로는 한국 사회에서는 상식도 계시처럼
귀하더군요.^^;)
그렇지 않다면 요즘 한국 교회 하는 짓이 중세 말기 카톨릭 뺨치게 카톨릭화 한 것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대학
나오고, 석사, 박사 학위까지 가진, 일견 배울 만큼 다 배운 사람들이 허망한 짓거리를 서슴지 않고 있거든요.
메일에 담긴 따뜻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상익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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