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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진리와 독립’ 창간사

by 안티고네 2002. 3. 14.
본지는 제호를 ‘진리와 독립이라 했다. 이는 물론 진리에 근거한, 진리가 주는 독립을 말한다. 흔히들 정치적 독립 또는 경제적 독립을 말하곤 하지만, 우리는 진리에 의한 독립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의 흑인 교육운동가 부커 티 워싱턴은 일찍이 흑인 노예 해방으로 인해 흑인들이 하염없는 죄악에 빠져드는 것을 보고 오히려 해방 자체를 저주했다. 후일 동족에 대한 그의 위대한 교육 활동은 실로 여기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혹자는 비애국적이라 하여 돌을 던질는지 모르나, 우리 역시 오늘날 우리 민족의 정치적 독립에 대해 그와 같은 느낌을 받지 않는가? 본지 출간의 뜻이 바로 여기에 있다.

히브리어에서 진리(에메스)는 원래 ‘확고부동’을 의미한다. 단적으로 말해 이 진리만이 우리에게 독립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살인입국, 외교입국, 경제입국 하여 오로지 정치적 독립에서만 독립의 의의를 찾았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의 이 처참한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는 부족하지만 본지로서 다시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자 하는 바이다. 진리라고 하지만 세상에는 과학적 진리, 철학적 진리, 종교적 진리 등 무수한 진리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본지는 오직 종교적 진리 위에 서려고 한다. 이것이 인생에서 본원적인 진리이기 때문이다.

종교라 하여도 오늘날 세계에는 유교, 불교, 기독교, 회교 등 무수한 종교가 존재한다. 그러나 본지는 오직 기독교 위에 서려고 한다. 이것만이 인류적인, 역사적인 유일한 종교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독교에도 오늘날 수백의 종파, 주장이 있다. 그러나 본지는 오직 루터로서 출발하게 된 개혁 신앙, 자유 발랄한 프로테스탄티즘 위에 서려고 한다. 루터의 종교를 일컬어 양심의 종교라고 하지만, 사실 루터의 성서 신앙, ‘신앙만의 신앙’만이 사람의 죄악 문제, 양심 문제, 도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사람에게 인격적인 자각과 독립을 두고, 나아가 모든 외적인 진정한 문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본지는 두려워 말고 나아가라. 가서 이 민족의 정신 속에 진리의 깃발을 꽂아 진정한 독립을 쟁취할 때까지 싸우라.

<진리와 독립> 제1호 (1960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