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읽기

[펌]불구속 수사하면 전관 예우 변호사들 굶어 죽는다!

by 안티고네 2005. 10. 16.
불구속 수사하면 전관 예우 변호사들 굶어 죽는다!

등록 : 산맥처럼 (hdycc)

부제 : 대한 변협이 난리 쌩쑈를 부린 이유



강정구 교수의 국보법 위반 사건이 결국 불구속 수사가 되나보다. 정말 잘된 일이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는 모든 형사 사건에서 무죄 추정의 대원칙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만하면 일단 구속 시키고 보는 관행이 있었다.

그 구속에 관한 준칙(가이드라인)은 검찰이 마련한 것이고, 이에 경찰도 따르는 것이다. 이 부분은 지난번에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내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번에 천정배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로 인해 구속 수사 사건에 일대 경종을 울리는 큰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즉, 구속 수사로 인해 피의자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그 가족들을 몹시 불안하게 해서 어떻게든지 꺼내보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관행도 무너뜨릴 계기가 된 것이다.

혹시 친구나 이웃들 간의 다툼, 혹은 술자리에서 옆 테이블의 사람들과의 사소한 폭력 사건으로 구속되어 본 사람들이 있는가? 검찰의 준칙에 따라 피해자가 4주 이상의 진단이 되면 구속된다. 사실 4주 그거 아무 것도 아니다. 스쳐도 한 방이라고 어떻게 휘두른 주먹에 코뼈하나 부러지면 4주는 훌쩍 넘어버린다.

술자리에서 술 한 잔 마시고 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상태에서 옆 테이블에 있는 사람과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을 했는데, 그게 어찌 운이 나빠 상대방의 코뼈를 부러뜨린 순간, 그 사람은 구속이 되는 것이다. (물론 술자리에서의 감정적인 싸움을 좋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우리 주변에서 있는 일이다.)

그 때부터 피의자는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가 내일 당장 또 출근을 해야 할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면 유치장에 수감되는 순간 큰 걱정을 하게 될 것이고, 그가 처자식이 있는 가장이라면 그의 아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날 것이다. 게다가 구속되어 경찰서 유치장을 거쳐 구치소에 몇 달간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치러야 된다면 그의 인생 자체가 확 바뀌는 수도 생기는 것이다.

가정의 단란한 평화는 깨지는 것이고,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그렇기에 보통의 시민들은 그런 상태가 왔을 때 초연하지 못하고 아는 사람을 찾고, 변호사를 찾게 된다.

그중 대개의 사람들이 관할 법원에서 부장판사, 그 옆의 지청에서 부장검사쯤을 전직으로 한 변호사를 찾게 된다.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도 빚을 내어서라도 그렇게 하게 된다. 전직 부장검사 출신은 조건을 제시한다. 구속 적부심에서 풀어줄테니 기본 수임료 + 500만원을 더 내라. 이런 식이다.

법도 잘 모르고, 아는 사람(힘있는 사람)도 제대로 없는 그 피의자의 아내는 어서 남편 꺼내줄 요량으로 빚을 내서 그 전직 부장검사 출신을 선임한다. 그로서 최소 500만원 이상, 구속적부심에서 꺼내줄 경우 1,000만원까지의 기본 변호비가 나간다. 이건 경미한 사건의 경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 적부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구속 상태가 유지됐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기소 유예를 갖고 조건을 제시한다. 물론 구속적부심을 조건으로 했던 그 변호사가 자기 잘못을 인정할 리가 없다. 여기서 그의 잘못은 구속적부심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건으로 수임료를 올린 것이다.

사건 접수-조사(수사)-구속 여부 판단 - 기소 판단 - 재판 - 형집행으로 이어지는 보통 사건의 절차에서 변호사들이 피의자들을 파고들 틈은 많다. 그들은 형사소송법상의 무죄추정의 대원칙을 무시하며 피의자, 혹은 그 가족들을 마치 죄인 취급한다.

피의자의 죄가 너무 커서 꺼내기 조금 힘들겠으나 어떻게 한 번 최선을 다하보겠는데 돈이 좀 많이 든다. 이런 식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웬만한 사건에서는 변호사를 쓰나 안쓰나 결과는 똑같다. 결국 변호사가 하는 일이라곤 법정에서 “피고는 반성하고 있죠? 재판장님 선처를 바랍니다” 일 뿐이다. 그런 변호 업무는 피의자가 하는 게 더 낫다. 최고의 변론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 법정에서는 충분히 자기 진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본인만 당당하게 나서면 얼마든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모두 진술부터 검찰 및 상대방측 변호인과의 공방, 최후 진술까지 얼마든지 맘껏 얘기할 수 있다.

예전 학생시절 시국 사건 관련해서 구속 수감된 적이 있었고, 그 때 구속 학생들은 거의 무료 변론을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 변호사가 법정에서 한 말이 “피고, 반성하고 있죠?” 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내 소신을 갖고 한 그 일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는 그 변호사에 대해 화가 나서 “나는 내 확신을 갖고 한 것이다. 재판장님, 제 변론을 정확히 하지 못할 변호사에 대해 기피 신청을 요청합니다.”라고 해서 변호사 기피 신청을 했고, 맘껏 내 진술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내 경우와 같이 아예 맘먹고 한 경우가 아닌 순간의 불운으로 피의자가 되어 구속된 경우에는 전후좌우 가릴 경황도 없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구속 수사하는 것은 변호사의 수임료만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 수임료의 상당 부분은 자신이 전직으로 있던 다른 곳에 대가로 지불될 것이고.

따라서 불구속 수사는 피의자 신분이라도 여유를 갖게 해준다. 그래서 변호사의 조력 없이도 충분히 자기 방어 및 변론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렇기에 불구속 수사는 변호사, 그 중 특히 전직 법원, 검찰 출신의 전관 예우로 프리미엄을 얻는 무능력한 변호사들의 밥을 굶기기 딱 좋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대한 변협에서 난리 쌩쑈를 부리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라도 이번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건을 계기로 잘못된 우리 사법제도를 바로 잡고,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변호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그 모범이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



2005년 10월 15일
산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