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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 선생

1933년 여고 졸업식

by 안티고네 2021. 8. 1.

 

김교신의 1933년 <일기>

시내 모 여고보 졸업식에 참렬하다. 의식적인 순서가 거의 다 지나간 때에, 재학생 일동을 대표한 송별사는 구구절절이 다정하지 않음이 없었고, 경청하던 졸업생 중에는 벌써 눈물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 졸업생 대표가 한 걸음 나아가 송별 답사 원고를 교장 선생께 받들어 드리려 하니 미처 받기 전에 노 교장은 방성통곡하여 버렸다. 수백 명 생도는 벌집이라도 터진 것처럼 교장 선생께 화답하여 운다. 내빈과 학부형 석에서도 자주 안경을 닦는 이가 있다. 과연 문자 그대로 ‘석별’의 광경이다. …

여학교와 남학교가 이처럼 별세계를 이루는가 하고 적이 놀랐다. 단 논자 있어 “여학교의 사제 간 정은 졸업식을 절정으로 하고 이후 냉각하는 법이나, 남학교의 사제지정은 세월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이라”고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