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관료, 재벌로 구성된 한국의 현재(1983년) 지배층은 전인구의 0.2%인 7만5천명쯤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찰스 1세가 목이 잘린 청교도혁명 당시(1649년) 전체 영국 인구에 대한 왕후, 귀족, 사제 등 지배계급의 비율과 맞먹습니다만, 0.2%밖에 안 되는 한국 지배층을 밑에서 떠받치고 있는 것이 저널리스트, 기술행정가, 종교인, 대학교수 등 어쭙잖은 지식을 토막내 팔아먹고 살아가는 인텔리 머슴 계층이지요.
결국은 머슴에 불과한 신분이면서, 상주보다 복재기가 더 서럽다고나 할까, 초보다 병마개가 더 시다고나 할까, 외세에 기생하는 자기 나라의 매판독재체제를 옹호하는 데는 오히려 지배층 당사자들보다 더욱 열을 올리거든요. 그리고 이 잔인한 체제에 짓눌려 사는 민중은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처럼 행동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양심의 가책이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지울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이 거꾸로 작용해서, 자기보다는 그래도 덜 썩고 약간은 양심을 지키려고 하는 자들에 대한 적의로 변하는 것입니다. 헐뜯고 욕하고 비웃고, 빨갱이니까 가까이 하지 말라는 등…. 오늘 한국에는 이런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정경모 <찢겨진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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