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정연태 지음, 푸른역사)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학생시절 읽은 구약성서 연구서에서 '신명기'를 두고 '사력(砂礫: 모래와 자갈)의 신앙'이라고 언급하던게 생각났다. 율법이 지루하게 나열되는 것을 모래와 자갈처럼 무미건조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강경상고 졸업생과 중퇴생의 학적부를 전수 조사해서 일본인학생과 한국인학생 간의 민족차별 실상을 파헤쳤는데, 가히 '사력(砂礫)의 연구'라 할만하다. 이영훈 류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을 반박하고자,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이 좋아하는 '자료'를 근거로 팩폭 하려는 의도를 갖고 씌어진 책으로 보인다.
상식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식민지 민족차별의 뻔한(!) 사실을 수많은 수치와 통계를 근거로 입증하려 한 노작으로, 저자의 인내심과 끈기와 집념을 치하하고 싶다. 단, 나는 '사력(砂礫)의 역사학'은 사양한다. '겉바속촉'의 사상사, 지성사가 내 취향이다.
며칠전 강경상고를 다녀왔다. 2020년이 개교 100주년이었다고 한다. 상고답게 주판을 형상화한 기념탑이 눈길을 끈다. 왼편 건물에 강상(江商) 글자가 빛난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자기가 볼 준비가 된 것만을 본다."--R. W. 에머슨 (0) | 2021.11.14 |
---|---|
아름다운 추억 (0) | 2021.07.29 |
G. K. 체스터턴 2 (0) | 2021.02.10 |
G. K. 체스터턴 1 (0) | 2021.02.10 |
영문학자 장영희 교수 (0) | 2020.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