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청을 설립하라> 청원을 올리니 벼라별 우려와 걱정이 올라온다. 우선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로, 번역청 만들어봤자 공무원 수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공무원 조직이 방만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심정은 잘 알겠다. 하지만 정부 주도하에 공무원 번역자가 직접 번역을 하자는게 아니다. 정부가 민간의 번역인력을 지원,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실무를 맡아줄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 있으면 된다.
이미 선례도 있다. 1998년부터 한국연구재단에서 동서양명저 번역 지원사업이 수행되고 있다. 2015년까지 18년간 396종 696권(2015년 1월 기준)의 고전이 번역됐다. 시장성 없는, 그러나 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고전들이 다수 번역됐다. 이걸 대폭 확대 보완하면 된다. 문제는 예산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 이걸 얼마만한 규모로 확대하는가가 관건이다
둘째로, 번역청이 생기면 국가의 입김이 반영된 번역어들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다. '권력화된 번역'이 등장한다는 얘긴데 이런 주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2003년, 2008년 동서양명저번역지원과제를 두 건 수행해본 경험이 있다. 결과물은 한길사에서 출간되었다. 과제를 수행하던 중 국가의 입김은 전혀 작용한 바 없었다. 100% 내 실력과 재량으로 과제에 임했다. 아니, 번역어에 국가가 개입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기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는 고사가 생각난다. 이걸 기우(杞憂)라고 한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8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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