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 교육의 이상
안티고네
2001. 6. 14. 08:32
해방 후 또는 6.25사변을 계기로 하여 확고한 교육 이념과 이상 없이 다분히 투기적인 동기로 출발한 많은 대학들이 요즘 이런저런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이란 진리와 더불어 민족과 더불어 영구히 계속되어 나가는 것이 본래의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그 나이가 천 년을 바라보는 대학들이 많다. 그러므로 최근 벌어진 대학들의 불미한 상황은 우리의 국민정신과 학문정신, 나아가 인간정신에 커다란 해독을 끼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도시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요즘 지방이나 농촌에 가보면 해방 직후 그토록 팽창했던 교육열이 대체로 죽어버리고 그저 국민학교나 서당교육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보인다. 나는 이를 결코 정치 경제적인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해방 10년을 경과한 우리 교육의 중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시점에 이른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근대사에서 북유럽 즉 스칸디나비아 소국들은 대체로 국민 교육으로써 비교적 짧은 기간에 물심양면으로 현대 국가로서 성공한 나라들이다. 그리고 이 이상적인 국민 교육은 대체로 기성 교육기관에 불만을 품은 소수 진실한 애국자 또는 교육자들이 출발시킨 것이다.
나는 우리 교육의 이 반성기를 당하여 관료주의와 입신 출세, 결혼 준비와 이기주의 등에 깊이 결부된 기성 교육을 청산하고 새롭고 독립적인 정신 교육, 인격 교육을 지향하는 진정한 교육자의 출현을 간절히 바란다. 더욱이 오늘날 뜻있는 청년들이 도시의 죄악 속에서 소액의 월급에 매여 질식당하지 말고, 이 애국적인 신성한 독립적 사업에 나서기 바란다.
높은 이상과 지조와 신념을 가지고 농촌에 들어가, 15세에서 18세 가량의 소년 1, 20명을 상대로 가능한 한 혼자 또는 부부가 같이, 또는 동지 2, 3인이 이 일을 맡는다면 좋겠다. 교재는 독자적으로 만들어 영어, 국어, 수학 등에 중점을 두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강연식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3, 4년 사명감을 갖고 희생적으로 교육한다면, 정신과 인격과 지식으로 독립하여 일생 농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순수한 인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새로운 교육 이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영어 교육만 하더라도 전원이 영자신문을 읽고 영어로 독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그들의 농촌사업이 세계적인 시야에서 행해지기 위해 절대 필요하다. 교사의 지식 역시 교육과 함께 세계적인 것으로 진보해야 한다. 그리고 건물은 개인의 사랑채도 족하다. 그리고 이런 교육자는 하나님과 민중이 절대 굶겨죽이지 않을 것이다. 애국 청년들의 궐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성서연구> 제 77호(1958년 8. 9월)
"이렇게 3, 4년 사명감을 갖고 희생적으로 교육한다면, 정신과 인격과 지식으로 독립하여 일생 농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순수한 인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새로운 교육 이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