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 전도의 방향 전환

안티고네 2000. 11. 2. 15:47

부산에서 김해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의 일이다. 차 안에서 어떤 중년의 부인 한 분이 내게 기독교 전도를 시작했다. 그는 말했다. 예수 믿으십시오. 하나님의 은혜로 해방은 되었지만, 백성들이 예수를 안 믿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이 부패와 타락과 혼란이며, 또 38선에서 무수한 청년들이 피를 흘리고 죽은 것입니다. 그리고 회개하고 믿지 않으면 더 무서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무서운 위협조로 말했다.

이를 당하고 보니 무엇보다도 괘씸한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는 부인에게, 도대체 여자가 어디서 그렇게 버릇없이 남자에게 함부로 이런 법이 있느냐 하고, 기독교란 그렇게 여자를 무례하게, 천박하게, 더럽게 만들기 때문에 나는 이를 절대로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대체 우리의 이 부패와 타락과 혼란이 불신자의 책임이라고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정치란 군정 이래로 대체로 기독교 신자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현재 국회의원 중에도 5, 60명의 신자가 있다고 한다. 더욱이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유당 역시 중요 인물들은 대체로 기독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국내의 중요한 모든 사업체 역시 기독교의 장로들 또는 기독교의 물을 먹은 미국 출신 인물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며, 더욱이 남한 각 주요 도시의 상권(商圈)은 대체로 월남한 이북 출신, 특히 평안도 기독교 신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나 경제뿐만 아니다. 문화계, 특히 교육계 하나만 보더라도 국공립을 제외한 수많은 사설 교육 기관은 대체로 기독교 학교이며, 주로 신자인 교직원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치, 경제, 교육, 모든 면의 부패와 타락과 혼란과 파멸의 책임은 누구보다도 먼저 불신자보다도 기독교 신자들에게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그러므로 당신들 진실한 신자들은 전도를 하되, 불신자에게보다도, 전적으로 기독교회와 기독교 신자에게 전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니, 급선무는 당신 자신에게 누구보다도 먼저 전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가는 남자들에게 여자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예수 믿으시오" 하는 것이 하나님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것인 줄을 모르고, 그것이 전도인 줄로만 아는 한국 기독교 신자들이 오늘의 한국 현실을 빚어낸 줄을 똑바로 알라고 말해주었다.

예수는 주여, 주여 하는 자가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선민 이스라엘 백성, 그 주에서도 열심 있다고 하는 바리새 교인이 예수를 죽인 것을 알아야 한다. 거짓 전도, 거짓 신자, 그것은 하나님을 욕되게 할 뿐, 민족을 더욱 망칠 뿐이다. 3천만의 거짓 신자보다도 열 사람의 참 신앙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고 또 민족을 구할 수 있다. 이제부터 기독교 전도는 우리 기독교인 자신에게 방향을 돌려야 할 것이다.

<성서연구> 제48호 (1954년 12월)







소쇄원

"...한국의 정치, 경제, 교육, 모든 면의 부패와 타락과 혼란과 파멸의 책임은 누구보다도 먼저 불신자보다도 기독교 신자들에게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그러므로 당신들 진실한 신자들은 전도를 하되, 불신자에게보다도, 전적으로 기독교회와 기독교 신자에게 전도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