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 사명의 실천
안티고네
2000. 9. 20. 22:11
근래 처음 크게 감격과 충격을 받은 이야기 한 토막. 중학교 교장 자리를 버리고 금년 봄 경북 일직(一直)에 공민학교를 개교한 이중일(李重日) 선생이 들려주신 말씀이다.
선생은 양정중학교 재학할 때부터 김교신 선생의 감화를 받아 독립적인 농촌 교육에 뜻을 품고, 그때부터 이를 위해 여름 휴가에는 늘 일본까지 가서 준비하며 기회를 기다렸는데, 결국 가정 생활과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으로 좀처럼 오늘까지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가정은 가정이고 자식은 자식이지, 언제까지 어물어물할 것인가. 나는 내 일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더욱이 앞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하고 모든 것을 딱 끊고 지난 봄 공민학교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 우리는 가정을 위해, 생활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우리의 천직 즉 사명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가정이란 천직, 사명을 다하기 위한 가정이지, 그저 생활하기 위한 가정은 아닐 것이다. 사명 없는 생활은 죽은 생활일 뿐이다.
자녀의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돈을 벌어 옷을 입혀 학교에 보내는 것만이 교육은 아닐 것이다. 부모가 생애의 모든 난관과 맞서 선하게 싸워, 인생의 책임,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책임과 천직을 완수하는 것이야말로 자녀에 대한 최상의 교육이며, 또한 그것만이 자녀들에게 영구적인 최대의 유산이 될 것이다.
<성서연구> 제39호(1953년 7·8월)
차명님 <햇살 아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