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 교회 문답

안티고네 2000. 9. 6. 11:49

교회 문제로 고민 중이라는 본 <성서연구>지를 처음 접한 분이 몇 가지 질문을 해오셨다. 여기에 그 질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답해본다.

<질문> 소위 무교회 신자의 지도자는 누구입니까?, 그 주소는 알 수 있습니까?

<답변> 무교회 신앙의 근본 입장은 만인사제주의로서, 신앙을 사람이나 집회와 관련시키기 전에, 직접 하나님과의 관계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복음을 듣기 전에, 인생에 대한 진실하고 성실한 태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나로서는 신앙 선배나 동지들을 경솔히 소개할 수 없습니다.

<질문> 선생이 말씀하시는 소위 교회적인 신도는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답변> 구원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만 한가지, 그가 교회 신자이건 무교회 신자이건, 그들에게 기독교의 구원과 복음이 주는 참 기쁨과 죄의 문제의 해결, 영원의 생명 등의 체험만 있다면, 구원에서 떨어질 리 없겠지요.

<질문> 우리나라의 교회는 구원받을까요?

<답변> 구약 시대에는 구원이 민족적으로, 의식적(儀式的)으로, 또는 교단적(敎團的)으로 간주되었으나, 예수의 복음과 종교는 구원을 철저히 하나님 및 예수 그리스도와 신자 개인 사이의 순 인격적인 신앙 관계에 돌렸습니다. 그러므로 구원 문제와 비인격적인 소위 제도적인 집단으로서의 교회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교회 출석이나 교적부 등록은 구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질문> 재건교회 운동이 진실한 신앙 노선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실례지만, 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또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로지 내 신앙에 주력할 뿐, 우리 교계에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는 새 얼굴과 새 소리들을 일일이 알아볼 여유도 흥미도 없습니다. 다만 나는 전도서 기자의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씀의 진리성을 생각해 봅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무슨 새로운 것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질문> 버스 안이나 길거리에서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전도하는 재건파의 말세관과 신신학파(新神學派)의 사업적인 정치 신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나는 두 경향을 모두 비도덕적인 불건전한 것으로 봅니다. 전자는 미신적인 광신이며, 후자는 생명 없는 머리 신앙입니다. 참 신앙은 내적으로 풍부한 신앙 체험과 외적으로는 참 의미의 진실한 높은 도덕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전도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질문> 선생의 책을 통해 보이는 진리에 대한 성의(誠意)는 은혜스러운데, 교회와 교직에 대한 공격은 상투적이며, 공격을 위한 공격은 아닌지요? 그러나 지금 하시는 것 이상의 언사로써 공격을 해도 이 부패한 교회 내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지요?

<답변> 나의 공격도 결국 귀하가 인정한 그 부패에 대한 것으로, 상투적인 싸움꾼의 심사는 아닙니다. 나의 말을 상투적인 것으로 알지만, 정말은 내부에 있으면서도 썩은 냄새를 못 맡는 여러분의 코야말로 꽉 막힌 것이 아닐런지요? 하여간 예수님은 가라지와 알곡은 세상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했으니, 우리는 각자 스스로에 대해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질문> 이 나라를 구할 지도 이념, 실천 방법, 그리고 선생이 좋아하는 성구(聖句)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답변> 정치 말씀을 했는데, 이념이나 실천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고, 피난지에서까지 정치 싸움만 벌이고 있는 그들에게 무슨 기대를 걸겠습니까? 결국은 한국 사람의 인간성 문제라고 봅니다. 우선 신앙을 살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앙문제의 해결이란 각자의 내면적인 체험에 의해 주관적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더욱이 문자가 아니고 생명으로 체험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성구 따위는 쓸 데 없습니다.

<성서연구> 제32호 (1952년 6·7월)




샤갈 <다윗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