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고전
[책읽기]C. S. 루이스(Lewis) <고통의 문제>
안티고네
2002. 7. 20. 17:58
C. S. 루이스(Lewis) <고통의 문제>(홍성사)에서 뽑은 글입니다.
* 피조물이, 더욱이 우리 같은 피조물이 창조자의 눈에 그토록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이유를 인간의 이성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이 부담스러운 영광은 우리가 감히 받을 자격도 없고, 어쩌다 은혜가 임하는 순간이 아니면 감히 바랄 수도 없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 우리를 만드신 주된 목적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물론 이 목적도 있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심으로써 우리를 그의 사랑이 ‘아주 기쁘게’ 머물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시려는데 있습니다.
* 하나님은 선이십니다. 그는 선을 주시는 분이지 선을 필요로 하거나 어디서 얻어 와야 하는 분이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사랑은 말 그대로 본질상 끝없이 이타적인 것으로서, 모든 것을 주되 아무것도 받지 않는 사랑입니다.
* 하나님을 사랑하려면 하나님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 그를 안다면 땅에 얼굴을 대고 엎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금 엎드리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랑하고자 애쓰는 대상이 하나님이 아니라는 뜻―인간이 생각과 공상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근사치의 하나님일 수는 있지만―입니다.
* 저는 현재 우리는 하나님 보시기에 끔찍한 피조물이라는 점, 제대로 보기만 한다면 우리가 보기에도 끔찍한 피조물이라는 점을 믿게 하고자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 성자(聖者)들이 스스로를 아주 악한 인간이라고 말할 때, 그들은 과학적으로 정확한 진실을 보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 인간의 타락은 종(種)의 지위를 상실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인간은 타락함으로써 인간 특유의 고유한 본성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 인간의 진정한 자유에 대해 가장 의미 있게 진술하는 방식은 “설령 실제 우주의 어떤 곳에 인간 이외에 이성적인 종(種)이 또 있다고 해도, 그들 역시 꼭 타락했을 것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비행기 조종사가 낙하산을 대하듯 하나님을 대합니다. 위기 상황에 대비해 마련해두기는 하지만, 그것을 사용해야 할 기회는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 “지옥은 지옥의 관점에서 볼 때 지옥이 아니라, 천국의 관점에서 볼 때 지옥”이란 말에는 일말의 진리가 들어있습니다.
*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을 만듦으로써 어떤 의미에서 자기 작품에게 거부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되신 것은 하나님의 위업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일이자 상상을 초월하는 일입니다. …… 저는 지옥의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다는 것을 믿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 우리는 지옥에 대해 논의할 때마다 계속해서 우리의 원수들이나 친구들에게 내릴 수 있는 저주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내릴지 모르는 저주를 생각해야 합니다.
* 인간은 짐승들을 다스리도록 임명받았으며, 따라서 인간이 동물에게 행하는 모든 일은 하나님이 주신 권위를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이거나 무엄하게 남용하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볼 때 길들여진 동물이야말로 가장 심오한 의미에서 유일하게 ‘자연적인’ 동물이며, 우리는 이 길들여진 짐승들을 모든 짐승에 관한 교리의 토대로 삼아야 합니다.
* 하나님이 모든 영혼에게 첫사랑으로 보이는 것은, 진짜 그가 각 사람의 첫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천국에 있는 나의 자리는 나 한 사람, 오직 나 한 사람에게 맞추어 만든 자리처럼 보일 것입니다. 바로 내가 그 자리에 맞추어―장갑이 손에 맞추어 한 땀 한 땀 만들어 지듯이―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지옥을 ‘박탈’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손에 잡히지 않는 황홀경이 의식 바로 바깥에서 맴도는 것을 평생토록 경험해 왔습니다. 그런데 모든 희망을 넘어 자신이 마침내 그것을 얻게 되었음을 깨닫는 날, 또는 손만 뻗으면 잡을만한 곳에 그것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잃고 말았음을 깨닫는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모든 자를 무한히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각기 다르게 사랑하실 생각을 갖지 않으셨다면, 왜 우리를 개별적인 존재로 창조하셨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