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회 자료
[잡감록 20020619]잡종강세(雜種强勢) 민족
안티고네
2002. 6. 19. 19:00
월드컵 8강 진출!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나도 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봤지만 전반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의 탄탄한 개인기와 철통같은 수비에 별 수 없이 1대 0으로 패하는구나 하고 체념했다. 그런데 후반 종료를 몇 분 앞두고 설기현의
동점 골, 그리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안정환의 골든 골이 터졌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 하드> 같은 액션 영화를 속편,
3편까지 죄다 합쳐 봐도 이보다 더 극적인 반전을 맛볼 수는 없을 것이다. 통쾌한 드라마, 역전의 드라마였다.
그래, 이건 축제고 잔치다. 일단은 즐기는 거다. 이기고 보니 과연 기분은 후련하다. 멋진 할리우드 액션 영화 관람한 것보다 몇 갑절이나 통쾌하다. 근데 어차피 모든 잔치는 언젠가는 끝나는 거다. 어떤 잔치건 잔치 뒤끝은 언제나 썰렁하기만 한 법이다. 잔치 전보다 더욱 을씨년스러운 법이다. 이렇게 요란스런 잔치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자,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이 허전한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까? 만약 정말로 실력과 운이 합쳐져서 월드컵에서 ‘우승’을 거머쥔다고 하자. 그래도 이 행사가 ‘잔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전혀 변할 수 없다. 그 끝이 허전하리라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고 그 덕에 국민 자긍심도 높아지고 국산제품 수출에 얼마간 효과가 있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다. ‘이미지’의 사전적 의미는 ‘거울 따위에 비친 상(像), 모습, 모양’이다.
이미지란 우리의 겉모습일 뿐이다. 겉모습이 아무리 화려해진다 해도 내면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화려해진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기초 학문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그리고 날로 부실화의 정도가 심해지는 우리의 궁핍한 형편은 그대로 남는다.
언젠가 <주간동아>에 ‘우리의 지적 인프라 확충 미비가 장차 후학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고 썼더니, 철학박사 강유원은 ‘굳이 찾아봤자 후학은 있지도 않을 테니 공연한 걱정 말라’고 핀잔을 준다. 정말 내 우려가 공연한 것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후학이 없다는 건 미래가 없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잡종강세(雜種强勢)의 노새와 다를 바 없다. 언뜻 보기에 성장속도도 빠르고 생산력도 뛰어난 듯이 보이지만 생식 능력이 없는 것이다. 오직 당대만이 의미가 있을 뿐, 다음 세대는 오불관언이다.
우리 민족은 정말 현세적이다. 조상 대대로 그러했고 우리 또한 그러하다.
그래, 이건 축제고 잔치다. 일단은 즐기는 거다. 이기고 보니 과연 기분은 후련하다. 멋진 할리우드 액션 영화 관람한 것보다 몇 갑절이나 통쾌하다. 근데 어차피 모든 잔치는 언젠가는 끝나는 거다. 어떤 잔치건 잔치 뒤끝은 언제나 썰렁하기만 한 법이다. 잔치 전보다 더욱 을씨년스러운 법이다. 이렇게 요란스런 잔치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자,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이 허전한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까? 만약 정말로 실력과 운이 합쳐져서 월드컵에서 ‘우승’을 거머쥔다고 하자. 그래도 이 행사가 ‘잔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전혀 변할 수 없다. 그 끝이 허전하리라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고 그 덕에 국민 자긍심도 높아지고 국산제품 수출에 얼마간 효과가 있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다. ‘이미지’의 사전적 의미는 ‘거울 따위에 비친 상(像), 모습, 모양’이다.
이미지란 우리의 겉모습일 뿐이다. 겉모습이 아무리 화려해진다 해도 내면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화려해진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기초 학문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그리고 날로 부실화의 정도가 심해지는 우리의 궁핍한 형편은 그대로 남는다.
언젠가 <주간동아>에 ‘우리의 지적 인프라 확충 미비가 장차 후학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고 썼더니, 철학박사 강유원은 ‘굳이 찾아봤자 후학은 있지도 않을 테니 공연한 걱정 말라’고 핀잔을 준다. 정말 내 우려가 공연한 것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후학이 없다는 건 미래가 없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잡종강세(雜種强勢)의 노새와 다를 바 없다. 언뜻 보기에 성장속도도 빠르고 생산력도 뛰어난 듯이 보이지만 생식 능력이 없는 것이다. 오직 당대만이 의미가 있을 뿐, 다음 세대는 오불관언이다.
우리 민족은 정말 현세적이다. 조상 대대로 그러했고 우리 또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