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의 '아침이슬'
1970년대 양희은 데뷔 초기 노래하는걸 직접 본적이 있다. 명동 제일백화점 2층에서 진행된 '맷돌'이란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때도 예의 청바지 차림이었다. 개그맨 박성원은 이 무대에서 데뷔를 했고 '꽃만두'로 인기를 모았다. (1975년 23살 나이로 아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한강맨션 아파트 상가 사진관 쇼윈도에 방위복 입은 송창식 사진이 떡하니 걸려 있었던게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송창식은 방위복(군복 오른쪽 가슴에 노란색 '방위' 마크!) 입고 TV에도 출연하곤 했는데, 나중에 이게 구설에 올라 TV에 군복 차림으로 출연하는게 연예인 모두에게 금지되었다.
어제 '대화의 희열'에서 양희은을 봤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양희은이 아침이슬을 방송 금지시킨 사람을 만났다는 이야기다. '시골밥상'이란 프로그램을 마치고, 양희은이 뒷설거지를 맡아 하고 있는데 구두신은 남자 발이 자꾸 시야에 어른거리더란다. 그래서 누군가 하고 올려다보니, 웬 남자가 자기가 '아침이슬'을 방송금지시킨 사람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공연윤리위원회나 군부 쪽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양희은이 기분이 나빠 "그래서요? 당장 가세요. 그런 얘기 해봤자 기분만 더럽게 나쁘니까 가세요."라고 쏴붙였더니 물러가더란다.
짐작컨대 이자는 자기가 '천하의 대가수' 양희은의 노래를 방송금지시킬 정도로 한때 끗발 좋고 잘나가는 자리에 있었음을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타인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에 대한 공감능력이 조금도 없는 양아치 나부랭이다.
정당성 없는 권력에 부역한 자들의 심리가 대개 이런 식이다. 월남전에서 양민 학살하고 부녀자 강간한 걸 마치 대단한 훈장받을 일인 것처럼 자랑하는 자들이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진압군으로 동원된 자들 중 양심선언하고 잘못을 인정한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지들끼리 술자리에서 만나면 '빨갱이를 내가 이렇게 박살냈지!'라면서 낄낄대며 으스대는 자들이다.
헐리우드 영화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잘못을 인정하고 돌이키는 경우는 (좋은 의미의) 기독교 문명에서나 가능한 것. 한국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는 많지만 기독교는 잘 안 보인다. 이창동 감독 영화 '밀양'을 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