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번역

길현모 선생

안티고네 2020. 9. 2. 15:58

길현모 선생

 

작고한 서양사학자 길현모 선생은 대학원생들이 인물이나 사상 연구를 할 경우, 가급 귀감이 될만한 고전적 인물을 논문 주제로 택하는게 좋을 거라고 권하곤 했다. 선생은 굵직굵직한 고전 사상마저 연구되지 않은 척박한 우리 학계 현실에서 큰 흐름을 먼저 밝히는게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이런 말씀을 한 것이지만, 나는 다른 시각에서 선생의 말씀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20대와 30대 한창 머리가 말랑말랑한 시기에, 논문 주제를 파고들면서 롤모델이 될만한 역사적 인물과 씨름을 한다는 것은, 전공 '지식'과 별개로 공부하는 사람의 '삶'과 '인격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악명 높은(그러나 반드시 연구해야 할) 인물을 연구하는 분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어서 미안하긴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 경우 김교신, 밀턴, 칼라일 등을 공부 주제로 삼은 것이 행운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내게 그들은 연구 대상인 동시에 '멘토'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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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배트맨 다크나이트>에서 악역 조커를 리얼하게 연기한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 히스 레저 생각이 난다.

 

P.S. 2. 子曰 “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자왈 “고지학자위기, 금지학자위인.”

〈헌문(憲問)〉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학자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적 성취를 위한 학문을 하였는데, 지금 학자들은 남의 눈을 의식한 학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