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번역

인문학과 단독자

안티고네 2020. 8. 17. 12:36

인문학 전공하면서 자연과학 전공하는 분들이 거액 연구비 받아 연구하는 거 부러울 때도 있었다. 연구비 지원 규모로만 보면, 인문학은 자조적 표현을 하자면 그냥 '거지' 수준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보니 인문학 공부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기 합리화도 있겠지만.) 나이 먹어도 그냥 하던대로 전공을 살릴 수 있으니까. 책만 있으면 되니까. 평생 즐겁게 배우고 글 쓰면서 살 수 있으니까. 특히 백세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주변에 자연과학 전공한 분들은 대부분 정년과 동시에 (실험실에서 나가는 동시에) 학구적 삶에서도 영원히 아웃 되더라. 허망하더라.

 

덧) 인문학 교수 중에도 조직 위주로 사신 분들은 내 말에 동의 못할거다. 학내 정치, 보직, 학회에 연연한 분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으니까. 나는 평생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살았다. 한 개인으로, 오직 단독자로...(실은 이게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