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읽기

방송의 국가발전 전략

안티고네 2015. 2. 24. 10:48

'요리인류', '누들로드' , 모두 유익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인정한다. 그러나 제작자들이 시청율과 제작의 편의성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소재를 선정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한다. 일차원적 본능에 호소하는 '먹을것'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는 가장 손쉽게 다가오는 주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차승원의 '삼시세끼'가 인기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래 방송이란 것이 초등학생 정도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하긴 '먹방'이 그림도 잘 나올거다. 모락모락 김나는 요리를 먹음직스럽게 시식하는 모습을 대형화면 가득히 잡아내면 시청자들이 자석처럼 끌려올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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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나라의 기간방송이라면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적 사고와 고민이 필요하다. 동서남북이 육로로 꽉 막혀 섬나라처럼 지리적으로 고립된 것이 대한민국의 현 상황이다. (20세기 전반기까지만 해도 걸어서 만주, 연해주로 뻗어나갈 수 있었음을 잊지 말자.) 국민들의 상상력마저 갇혀버린 채... 지역갈등과 정쟁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21세기 현실에서, 더 큰 세계를 보여주고 커다란 비전을 지니게 하는데 방송이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의 '대국굴기'는 이런 점에서 차별화된다. 근대 500년 동안 세계를 주무른 아홉 나라가 어떻게 해서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우리도 이렇게 살기 좋은 강대국을 만들어보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보낸다. 사상과 표현의자유, 학자에 대한 온당한 대우, 과학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 등등이 강대국 발전의 핵심 배경으로 제시된다.

먹방이 초등학교 수준이라면 이런 프로그램은 고교 수준은 될 거다. 먹방에 비해 제작도 어렵고 그림도 잘 안나올거다. 하지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이런 방송 아닐까?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적 사고! 이런 프로그램을 구차하게 수입만 할게 아니라 우리 시각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