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밀턴

[한라일보]'혁명적 이상주의자' 탄생 4백주년

안티고네 2008. 5. 31. 10:54

박상익의 <밀턴평전>

 

 

영문학사상 최고의 서사시인이자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 존 밀턴(1608~1674). 아담과 하와의 타락과 낙원추방을 섬세하고 장중한 필치로 묘사한 '실락원'이 저자다.

그러나 밀턴을 '실락원'의 저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의 혁명가적 삶을 봤을 때 허전하고 아쉽다. 대시인이라는 세간의 일반적 평가 외에도 숱한 고난을 극복한 불굴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력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불굴의 의지가 있었으며 국왕파의 온갖 위협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공화정에 대한 꿈을 견지한 이상주의가 있었다. 할 말이 있는 사람이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언론 자유를 향한 열망 또한 있었다.

올해는 존 밀턴이 태어난 지 4백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한가로이 의자에 앉아 글귀나 짓는 시인이 아닌 영웅적 전사, 정치가, 사상가, 입법자, 철학자로서의 자질을 지닌 그리고 그러한 자질을 몸소 실천한 밀턴, 즉 '진정한 시인'으로서의 밀턴을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밀턴을 공부하는 인문학자인 박상익 우석대 교수가 쓴 '밀턴 평전- 불굴의 이상주의자'가 그것. 박 교수는 밀턴의 선비다운 삶과 불굴의 이상주의에 매료돼 20년이 넘게 밀턴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밀턴 산문의 백미로 불리는 '아레오파기티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밀턴은 국왕 찰스 1세가 사형선고를 받고 도끼에 목이 잘려나가는 영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태가 벌어지던 소용돌이 속에서 조국을 위해, 그리고 신앙과 대의를 위해 온몸을 불사른 '거인' 이었다.

저자는 이같은 밀턴의 올곧은 생애와 사상을 '거인의 어깨' 삼아 난장이와도 같은 우리 모두가 함께 딛고 올라섰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한다.

특히 권력과 이익을 따라 변신을 거듭해왔으면서도 자신들의 기회주의를 '변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모리배들이 젊은 영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현실에서 조국과 사회를 위해 아름다운 원칙을 평생토록 견지한 밀턴의 올곧은 삶이 하나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밀턴 탄생 4백주년을 맞아 상아탑 안에 갇힌 밀턴의 아름다운 삶과 사상을 끄집어내어 모국어인 한글로 젊은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이 평전은 내가 밀턴을 위해 마련한 조촐한 4백주년 생일 잔칫상이요, 한국 사회에 바치는 자그마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푸른역사. 1만5천9백원.


한국현 기자 khha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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