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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평구 선생

<노평구전집> 횡적 관계의 단절

by 안티고네 2001. 6. 21.


이번 본지 발행이 늦어져 많은 지우들께 걱정을 끼쳤다. 과분한 지대로써 격려를 주신 지우들도 있어 더욱 죄송했다. 그런데 잡지가 늦어진 이유는 금전이나 원고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요즘 나의 신앙과 생활이 너무나 횡적으로, 인간적으로 불순하게 된 것을 발견하고, 다시 신앙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직감했다. 이에 본지는 물론, 일요집회, 독서회 등 모든 횡적 관계를 단절하기로 작정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우리의 신앙이라고 하지만 세상에서 육신을 쓰고 현실 속에서 하는 일이니 외적 횡적 관계를 전혀 안 가질 수는 없다. 아니, 도리어 이를 깨끗이 건전하게, 아름답게 살리기 위한 신앙 생활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점에서 전후(前後)와 본말(本末)을 전도(顚倒)해서는 안 된다. 잊어서도 안 되고 속임을 당해서도 안 된다. 신자에게 있어서 외적인 것, 횡적인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저의 진실과 사랑과 순종에서 자발적으로 순수하고 도덕적으로 피어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는 다 거짓이요, 사람 놀음, 세상 놀음이며, 사람의 확신과 계획과 이해타산과 욕심에서 발동되는 것일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는 인간주의요, 사업주의요, 교회주의이다. 그리고 또 본지에 지금까지 무슨 사명이나 주장 또는 싸움이 있었다면 그것은 모두 이것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아, 그런데 근일 나 자신이 누구보다도 이 불신, 이 인간주의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과연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요, 그리스도에 대한 모욕이었다. 실로 두려운 일, 슬픈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과 그리스도 앞에 여기에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첫째, 나의 이 거짓 신앙, 불신을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께 찬송을 드린다. 둘째로, 이 불신 가운데서 나를 절망이 아니고 감사와 기쁨으로 하나님께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그리스도의 오묘한 구원의 역사와 복음의 위력을 소리 높여 찬미한다.

이리하여 나는 다시 새로운 신뢰와 순종으로 모든 외적 인간관계를 끊고, 오직 믿음으로 주일집회와 본지만을 위한 좁은 길을 걷기로 하겠다. 여러 지우들의 양찰과 선도를 빌 뿐이다.



<성서연구> 제80호 (1959년 1, 2월)




"신자에게 있어서 외적인 것, 횡적인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저의 진실과 사랑과 순종에서 자발적으로 순수하고 도덕적으로 피어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는 다 거짓이요, 사람 놀음, 세상 놀음이며, 사람의 확신과 계획과 이해타산과 욕심에서 발동되는 것일 뿐이다."